대덕연구개발특구, 대전의 최대 기회요인
‘4차산업혁명특별시 대전’ 구현 원천기반
과학기술의 메카에 둥지 튼 신테카바이오
도전정신과 기술력, 협업시스템으로 성장
대전시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원이 밀집한 전국 최강의 연구개발특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대전시의 미래 비전 설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시가 ‘4차산업혁명특별시, 대전’을 꿈꾸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부가가치의 도시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숙성된 경험칙이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차곡차곡 쌓여있고 이는 시가 ‘전국 최고’라고 내세울 수 있는 도시 자원으로 잠재적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이 잠재력을 깨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우리 지역사회에 남겨진 숙제다.

◆ 스타트업의 잠재력
지속가능한 대전경제의 차세대 원동력은 스타트업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대덕특구라는 원천기술의 보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통찰력과 과학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나만 대박이 나도 지역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정도로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기업의 새로운 강자도 이렇게 탄생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이 같은 대전의 입지적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대덕특구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다. 2009년 설립 후 유전체 관련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고 201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소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본사를 대전으로 이전했다.
“저희는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맞춤의학을 실현하는 회사입니다. 독자기술로 개발한 유전체 빅데이터 플랫폼과 인공지능 딥러닝 신약개발 플랫폼을 통해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 환자 맞춤형 처방을 가능케 하고 유전체 정보를 신약 발굴 과정에 접목시켜 신약개발 속도와 성공률도 획기적으로 높여주죠. 한 마디로 유전자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한 정밀·맞춤의료를 실현하는 기업입니다. 아무리 유명한 블록버스터급 약물도 그 효율, 다시 말해 약발이 먹히는 질환자는 5% 수준밖에 안 돼요. 사람마다 DNA가 다르기 때문이죠. 이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저희가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신테카바이오는 대덕특구에서 기술적 토대를 업그레이드 해 투자자들로부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회사로 거듭났다. 2015년 이후 알토스벤처스,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약 2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 협업과 스타트업 생태계
4차산업혁명을 규정할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는 협업이다. 네트워킹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이를 구체화시켜 나가는 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진 대기업에 종속된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수직적 생산 시스템을 통해 우리 경제를 일으켜왔다면 이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창업기업)이 우리 경제의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해 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이 새로운 물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를 이루고 과학기술의 진화는 이를 뒷받침할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대전시의 입장에선 큰 기회요인으로 작용한다. 과학기술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연구단지가 40년 이상 잠재력을 축적해 왔기 때문이다.
“창업 이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슈퍼컴퓨터가 필요했는데 ETRI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이 계기가 바로 신테카바이오이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죠. 신테카바이오의 가장 중요한 미션 중 하나는 개인유전체맵(PMAP)을 활용해 맞춤의학컨설팅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전제되는 작업이죠. 현재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카이노스메드와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고 미국 파킨슨병연구재단인 마이클 J 폭스재단으로부터 파킨슨병 환자의 유전자를 제공받아 신약 개발을 위한 환자 계층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 연세세브란스병원(인공지능 기반 차세대 유전체분석 연구), CJ헬스케어(인공지능 활용 면역항암제 개발), 툴젠·차바이오텍·오라클메디컬그룹·휴레이(희귀질환·피부질환·비만·당뇨) 등과 제휴·협력관계를 맺고 있고 네이버(NAVER)와 클라우드 기반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죠. 대전에서도 다양한 의료·의료기기 업계와 협력 기반을 다져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대덕특구 강점 불구 스타트업 생태계 미흡
신뢰가 기초질서로 작동하는 사회 구현해야
선택과 집중으로 혁신 생태계 구축 앞당겨
인위적으로 포장하는 혁신 과감하게 버려야
◆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성공모델 창출
대덕특구는 R&D특구의 원조로서 그 역량과 잠재력은 엄청나지만 활용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를 떨쳐내지 못 하고 있다. 연구개발에서 기술사업화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데 그 발걸음이 더디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덜 성숙된 탓이다.
정부·지자체는 R&D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성공모델을 만들어내기가 너무나 힘겹다. 대덕특구 혁신의 주체와 요소들이 겉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네트워킹과 환경 조성도 인위적인 ‘세팅’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회사 창업 전 미국에서 10년 정도 있었는데 대전에 처음 왔을 때 미국에 온 듯한 느낌이었어요. 연구자 입장에서 보면 대전만큼 좋은 곳이 없어요. 조용히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어요. 휴식이 필요하면 교통지옥 없이 1시간 정도만 나가면 산·들·바다와 만날 수 있어요.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스타트업 생태계가 아직은 경직돼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정부출연연, 대학, 산업, 금융지원같은 스타트업을 위한 많은 요소가 갖춰져 있지만 유기적인 네트워킹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모든 것이 지원금만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생동감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원인 중엔 ‘규제’도 있을 겁니다. 신뢰가 담보되는 스타트업의 프로젝트라면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주는 유연성도 필요합니다. 스타트업이 규제의 틀에 갇힌다면 새로운 비즈니스에 다가설 기회조차 갖지 못 하게 됩니다. 신뢰가 기초질서로 작동하는 사회,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장기적인 안목에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평가 전문가, 이들에 의한 ‘선택과 집중’ 지원이 인정되는 사회적 인식, 이런 조건들이 충족돼야 대덕특구의 혁신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살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만 바라보는 안타까운 상황이 조금은 완화되지 않을까요?”
정종선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겉만 번지르르한 ‘속빈 강정’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껍데기, 즉 형식과 틀, 보여주기 식 요식행위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문화를 ‘실속을 챙기는 문화’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포장된 혁신을 과감히 벗어던지는 것, 이것이 바로 대덕특구가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꼬리표를 달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정 대표는 강조한다.
“얼마 전 글로벌 제약사가 모두 참여하는 국제 학술대회 참가를 위해 미국 보스턴을 방문했어요. 이 학회 참가자만 1만 명에 달합니다. 학회 다음날 커피 관련 박람회도 열렸는데 방문자가 2만∼3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근데 이 도시 인구는 70만 명밖에 안 돼요, 대전의 절반이죠. 공공인프라도 대전보다 못 합니다. 보스턴에 글로벌 제약사나 커피 회사들이 모여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이 대목에서 보스턴은 실용·실속으로 꽉 찬 도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고부가가치를 골라낼 수 있는 안목,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속을 뽑아낼 수 있는 능력, 이런 요인들이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이기준 기자 lkj@ggilbo.com·사진 전우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