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기업환경은 녹록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노동환경 변화와 내수·수출부진 등 누구하나 쉽게 웃지 못한다.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대기업들마저도 힘들어하는데 지역의 작은 기업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럼에도 지역향토기업으로 47년을 대전에 뿌리내리고 지역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있다. 산소를 담아 보다 빨리 깨는 소주를 만든 그곳, 바로 맥키스컴퍼니다. 직접 얼굴을 본 적은 없을지라도 ‘이제우린’을 먹어본 이라면 병에 그려진 그의 캐리커처로 인해 어디선가 본 듯, 낯설지 않은 조웅래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최근 기업환경 녹록지 않음에도
 47년간 지역향토기업 자리 지켜 
“향토기업 살아야 지역에도 도움”
 ‘신뢰’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
  지역사회 위한 다양한 활동 중 
  지역사회와 기업 함께 성장하길 

 

◆ 쉽지 않은 향토기업으로 살아남기 

어느 때부터인가 '향토색' 하면 아날로그 감성 내지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하곤 한다. 향토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를 ‘새마을운동’ 등과 동일시하는 고전적 느낌이라고 할까. 어디 뿌리 없이 자라는 나무 있던가.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47년간 꿋꿋이 향토기업으로 살고 있는 그들은 이미 지역의 뿌리다. 

조 회장은 “정보전달이 빨라지면서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을 쉽게 찾고 만날 수 있다 보니 향토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옅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는 물론 우리 모두의 일”이라며 “최근 향토기업을 떠나 기업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시대에 무슨 향토기업 타령이냐’는 냉소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역 경제에 있어 향토기업은 꽤나 중요하다. 이름만 들어도 모두 아는 기업의 제품은 굳이 지역에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이름값이라는 게 있는 덕분이다. 반면 향토기업은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했기에 지역을 위해 기업의 사회 환원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활동을 하게 된다. 지역사회가 건강한 향토기업을 살려야 하는 이유다. 

조 회장은 “호남을 기반으로 둔 향토기업인 보해양조는 최근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최근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향토기업 살리기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역기업의 성장이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공헌활동,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컬 브랜드와 내셔널 브랜드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기회비용의 차이다. 내셔널 브랜드는 전국 모두를 상대하기에 기회비용이 적게 든다. 그러나 로컬브랜드는 그렇지 못하다. 지역을 기반에 두고 성장한 기업들이 사라지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며 “향토기업이 잘 되면 지역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소망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 쌓기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조 회장은 향토기업으로 ‘지역민과 함께한다’는 신뢰 쌓기를 멈추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계족산 황톳길이다. 맥키스컴퍼니는 지난 2006년부터 계족산에 14.5㎞에 달하는 황톳길을 조성했다.

연간 10억여 원을 들여 매년 2000여 톤의 황토를 깔아 맨발로 걷기 좋은 힐링공간을 만들어 낸 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주말마다 계족산에서 무료로 숲속음악회(연간 50여 회)를 진행한다. 매년 5월 열리는 계족산맨발축제에는 연간 100만여 명 이상이 찾는, 대전에서는 유일한 ‘한국관광 100선’에 들어가는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조 회장은 “처음은 미미했다. ‘뭔가를 팔아먹기 위해 저런 걸 한다’는 등의 말도 많았다”면서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 금방 되는 일은 본래 없다. 길게 보고 진정성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제품이 많이 팔리고 안 팔리고를 떠나 지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일이었다. 누군가는 돈벌이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진정성이 쌓였고 그 진정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뢰라는 자산은 지금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더 중요해 질 것”이라고 소회했다. 

계족산 황톳길뿐이랴. 매해 수능이 끝나는 겨울엔 고3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위해 찾아가는 음악회와 강연 등의 교육 기부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맥키스오페라 뻔뻔(fun fun)한 클래식’ 공연도 지역 곳곳에서 열린다. 조 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늘 새로운 즐거움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겠다’는 기업 이념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또 하나, 조 회장이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 ‘가까이 있는 것도 달리 보면 새로운 게 보인다’고 말하는 그는 “취하기 위해 먹는 소주에 산소를 넣어 빨리 깨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해 지금의 이제우린이 있는 것”이라며 “건강을 해치게 만들 수 있는 소주를 만드는 회사에서 건강하라고 만들어낸 것이 계족산 황톳길이며 산 위에 피아노를 올리면서 시작된 클래식 공연, 새해 각오를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해보면 안 될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맨몸마라톤”이라고 이야기한다.

지난 2017년 라뜰리에를 개장, 문화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조 회장은 “라뜰리에는 예술과 사람 사이를 이어 주는 ‘아트랙티브(Art+Interactive)’ 테마파크다. IT로 구현해 낸 실제 그림 속 공간뿐 아니라 미디어아트 쇼, 홀로그램, 뮤지컬 등 어트랙션 요소를 강화한 테마파크”라며 “당시 화가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체험하고 그림 속 인물과도 대화를 할 수 있다. 스토리를 만들어 내려다보니 기술이 필요했고 그림과 첨단기술을 접목시켜 라뜰리에가 탄생했다. 발상이 전환이 필요한 이유”라고 어필했다. 

 

◆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최근 맥키스컴퍼니가 악성루머로 곤혹을 치렀다. 비단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2000년 초반부터 지금까지 없어질 만하면 다시 등장하고 반복되는 악성루머로 맥키스컴퍼니는 큰 피해를 입었다. 

조 회장은 “나쁜 소문은 빨리 퍼진다. 특히 술자리를 함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온 ‘소문’이라는 가짜뉴스는 확인이라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쉽게 사실로 둔갑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등장한 악설루머는 일본매각설, 대기업 인수설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한 번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소문의 발원지를 찾아봤다. 경쟁업체 직원이었다. 그 직원은 일정 금액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우리는 그 소문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3월 맥키스컴퍼니는 포상금 5000만 원을 내걸고 악성루머에 강력 대응하고 나섰다. 그 만큼 악성루머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조 회장은 “악성루머로 제품이 외면 받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지역향토기업으로 지역사회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데도 이렇다는 건 경영하는 입장에서 치명적이다.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아닌 것에 대해, 잘못된 것에 대해선 ‘그것이 아니다’라고 따끔하게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무조건적인 침묵은 좋은 일만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에 지역향토기업이 꾸준히 기여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해온 기업, 가치를 공유하고 지역민이 자부심을 가지만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대담=이기준 사회부장 lkj@ggilbo.com
정리-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사진=맥키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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