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대전시민대학 이미지인문학 강사

멀리 있는 그 애는 그 애대로 나는 나대로 이렇게 사는 거다 생각하는 것일까요. 엄마가 그리워 전화기 속 저 너머에서 나를 부를 때마다 나는 늘 무언가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멀리에서 제 인생을 재미나게 살아가는 딸아이가 대견하기도 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세월의 습곡이여, 기억의 단층이여 / 이성복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강이 하늘로 흐를 때,
명절 떡쌀에 햇살이 부서질 때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흐르는 안개가 아마포처럼 몸에 감길 때,
짐 실은 말 뒷다리가 사람 다리보다 아름다울 때
삶이 가엾다면 우린 거기
묶일 수밖에 없다

그리운 사람이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한 들 아주 사라지는 것일까요. 그리운 이들은 기억의 오래된 지층 속에 여전히 살아있겠지요. 오늘 이성복 시인의 시를 올려봅니다 어제도 이성복 시인의 시, 오늘도 또 이성복 시인의 시입니다. 저는 그냥 앞을 보고 나아가렵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