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버스노조가 15일 벼랑 끝에서 파업을 철회하거나 유보함에 따라 버스대란이라는 발등의 불은 일단 껐다.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줄 사태를 모면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소규모 버스사업장도 노동시간 단축에 들어가고,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업종들도 똑같은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버스 업종은 작년 3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노동시간 제한의 특례가 적용되는 업종에서 제외돼 300인 이상 사업장이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간다.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버스 노동자의 졸음운전을 예방하고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버스업계의 노동시간 단축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연장근로가 줄어들면 임금이 대폭 감소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에 대비한 인력 확충이 필요하지만 버스업체의 열악한 재정형편상 쉽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이 안이했던 것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버스노조의 파업이 목전에 다가온 지난 12일까지도 “버스노조의 쟁의 조정 신청은 7월 시행되는 주 52시간제와 직접 관련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다 파업 예고 일을 이틀 앞둔 13일에야 버스업계의 인력 충원에 드는 인건비와 기존 인력 임금 감소분 보전을 지원하는 ‘일자리 함께하기’사업에 포함시키는 등 대책을 내놨다.
결국 정부의 준공영제 확대 방안과 일부 지역의 버스요금 인상 등 대책이 나오면서 막판 합의로 파업의 위기는 넘겼지만 노사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내년 1월에는 50~300인 버스 사업장도 노동시간 단축에 들어가는데 재정이 열악한 곳이 많아 주 52시간제 안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주 52시간제 안착이 버스업계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노선버스 말고도 방송, 교육서비스, 금융업 등의 경우도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 이번 버스업계의 갈등처럼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보전이라는 쟁점으로 하는 노사 대립이 언제, 어느 곳에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처럼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이런 점을 의식해 노선버스 및 방송, 교육서비스 업종 등에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사업장별로 밀착 지원하고 있지만 일부 업종은 벌써부터 노사 간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 버스사태처럼 안이하게 대처하지 말고 보다 면밀하게 사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하는 한편 기업에 구인·구직 서비스를 확충해 주 52시간제가 안착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