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36년 만에 준결승 진출
시티즌 이지솔 PK·동점골 활약
예산 출신 골키퍼 이광연 ‘선방쇼’
아산무궁화 오세훈 해결사 본색

9일 새벽(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4강 진출을 확정한 U-20 대표팀 선수들이 한국 응원단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터뷰                                                                                 
[극장골 이지솔] "저를 안 뺀 감독님은 ..."
[선방쇼 이광연] "강인이가 '형은 ..."
[해결사 오세훈] "광연이 믿었기 때문에..."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0 축구국가대표팀이 9일 새벽 폴란드 비엘스코 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세네갈을 승부차기 혈투 끝에 3-2로 꺾고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이후 36년 만에 4강 진출을 재현한 것인데 기적 같은 드라마의 일등 공신은 단연 충청의 아들들이었다.

이날 경기 주도권은 세네갈이 선점했다. 전반 내내 강한 압박과 측면 돌파에 고전하던 한국은 전반 37분 카뱅 디아뉴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수비수 이지솔(대전시티즌)로부터 전열을 가다듬은 한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14분 정호진(고려대)의 슈팅 과정에서 상대 선수에게 떠밀려 넘어져 얻은 귀중한 페널티킥을 이강인(발렌시아)이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다.

기쁨도 잠시, 경기는 또 반전을 맞았다. 후반 31분 세네갈 니안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주며 실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적 명승부의 서막이 올랐다. 경기 종료를 앞둔 후반 추가시간 8분 무렵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이강인이 띄워 올린 공을 보고 페널티킥을 얻어냈던 이지솔이 극적 헤더골로 연결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서울언남고 출신으로 투철한 대인방어, 공중장악력을 무기로 지난해 시티즌에 입단한 뒤 제2의 고향 대전에서 어린 선수답지 않게 빠른 판단력과 위기대처 능력을 톡톡히 과시해 온 이지솔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이지솔(대전시티즌)이 9일 새벽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8강전에서 극적인 동점 헤더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솔의 천금 같은 동점골로 기세를 한껏 끌어올린 한국은 연장 전반 6분 조영욱(서울FC)의 역전골로 다시 앞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엔 세네갈 연장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리며 운명은 승부차기에서 가르게 됐다. 승부차기 초반만해도 한국의 패색이 짙어지는 분위기로 흘렀다. 선축에 나선 김정민(FC 리퍼링)과 조영욱이 잇달아 실축, 벼랑 끝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엔 수문장 이광연이 있었다. 충남 예산 출신으로 강원FC 입단 후 U-20 대표팀에 승선한 이광연은 이번 대회에서 3경기 2실점 풀타임 활약하고 지난 5일 16강 한·일전에서도 무실점 선방쇼를 펼치며 한국의 새로운 ‘믿을맨’으로 성장했다. 

승부차기 접전 끝에 4강 진출을 확정한 U-20 대표팀 이광연 골키퍼가 마지막 세네갈의 킥을 막아낸 뒤 기뻐하며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또 한명의 충청인, 오세훈(아산무궁화)도 경기 막판 확실한 한 방의 저력을 보여주며 조력자이자 해결사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예선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선제골을 터뜨리고 일본과의 16강전 결승골을 만들어 낸 오세훈은 이날 경기에서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깔끔한 마무리에 성공, 4강 티켓을 거머쥐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한국축구사에 길이 남을 이정표를 세웠다. 

U-20 월드컵 8강전에서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오세훈이 경기 종료 후 팬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올리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4강에 오른 한국은 오는 12일 새벽 3시 30분 루블린에서 에콰도르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다툰다. 에콰도르를 꺾으면 역대 최고 성적 달성은 물론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된다. 정 감독은 “늦게까지 응원해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며 “선수들이 한 우승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도전할 것”이라고 또 한 번의 명승부를 예고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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