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29.2%. 통계청이 발표한 대한민국에서 혼자 사는 집의 비율이다.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여성 1인 가구의 45%를 60세 이상이 차지하고 있다.

미디어에서 1인 가구를 ‘화려한 싱글’이라 일컫기도 하지만, 아직도 혼자 사는 여성들은 주거·경제·안전 등 복지 지원에서 배제되거나 차별을 겪고 있다. 2018년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1인 가구 임금근로자 10명 중 3명은 월 20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동향 리포트(통계청과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강력범죄 여성피해자 비율은 89.2%로 2000년 71.3%, 2011년 83.8%에 비해 비율로나 규모로나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일련의 주거침입범죄 사건 등에서 보여지듯이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오피스텔 등의 공간조차도 여성들에게는 안전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주거지를 선택할 때 안전여부를 고려해야만 한다. 방범장치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호신용품을 구입하는 등 ‘안전비용’이 추가로 지불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인지 범죄표적이 되기 쉬운 1인 가구 여성들의 안전비용을 복지제도로 지원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2025년에는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인 5060세대가 65세에 도달하게 되는 내년부터 생산연령인구에서 벗어나는 인구 수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5.7%로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노인이 겪는 빈곤, 질병, 고독, 사회적 배제 등의 고통 중에 가장 큰 고통은 ‘빈곤’이다. 빈곤하면 건강을 지킬 수 없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고, 쪽방구석에서 추위와 더위를 피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빈곤한 1인 가구 노인은 존엄한 인격적 존재로 대우받지 못한다.

노년기의 삶의 질은 생산연령기에 안정적 일터에서 노후를 준비하며 살았는가가 좌우한다. 안정된 정규직 인생을 살았다면 노년기도 상대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 낮은 소득에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해왔다면 노년기의 삶은 빈곤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사회는 빈곤한 여성 노인을 양산하는 시스템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

2014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펴낸 ‘초고령사회, 독일의 경쟁력유지 비결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이후에도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는 비결은 여성과 노인을 위한 고용정책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6월 12일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토네 빌헬름센 트로엔 의회 의장과의 만남에서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길은 여성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는 길이라 밝혔다.

여성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나이들어 가면서 빈곤해지는 것은 싫다. 어느 곳에 살더라도 불안에 떨며 사는 여성이길 원하지 않는다. 초고령 사회를 맞이하려면 각종 복지, 정책 등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성, 남성을 떠나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