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자 이순복 대하소설

원탁은 즉시 마난의 군중에 가서 철태궁을 가져오게 하였다. 철태궁은 비단주머니에 잘 갈무리 되어 있었다.

여기서 잠시 우리나라가 가졌던 활의 종류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고대부터 전해온 활도 그 종류가 다양하나 조선시대의 활은 대체로 7가지로 나누어 사용했다. 전투용·수렵용·의식용·연습용으로 대별하여 사용했는데 다음과 같다.

① 정량궁(正兩弓):속칭 큰활이라 하며 길이는 5척 5촌이며 그 모양이 각궁과 유사하나 크고 두꺼워 힘이 센 활이다. 무과(武科) 응시자는 모두 이 활로 시험하였으니 무인(武人)으로서 이 활을 쏘지 못하는 자는 없었다.

② 예궁(禮弓):대궁(大弓)이 본래 이름이며 길이는 6척이고, 모양은 각궁과 유사하나 궁중연사(宮中燕射)와 반궁대사례(泮宮大射禮) 및 향음주례(鄕飮酒禮)에 쓰였으므로 예궁이라 불렸다.

③ 목궁(木弓):일명 호(弧)라고도 한다. 순전히 궁간목과 궁간상으로 제조하여 전투와 수렵에 쓰였다.

④ 철궁(鐵弓):철제 활로 전투에 쓰였다.

⑤ 철태궁(鐵胎弓):각궁과 모양이 같으나 간(幹)을 쇠로 만들며 전투와 수렵에 모두 사용하였다.

⑥ 고:속칭 동개활로서 가장 작은 활이며 활과 살은 동개에 넣어 등에 지고, 달리는 말에서 쏘는 활로서 전투에 쓰였다.

⑦ 각궁(角弓):일명 후궁 또는 장궁(長弓)이라 하며 현재 사용되는 가장 보편적인 국궁이 그것이다. 전투·수렵용과 연회·연습용의 두 종류가 있다.

여기서 철제 활은 철궁과 철태궁인데 이리 정리하고 보니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전만년 호랑이를 잡다

마초의 철태궁이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 마난에 의해 마초가 생전에 사용했던 철태궁이 전만년에게 전해지고 그 철태궁이 다가오는 새 시대의 역사를 열어 가는데 일조를 할 것이다.

마초는 한창 혈기 방장할 때는 조조의 가장 큰 강적으로 등장했다가 여의치 못하여 유비에게 의탁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촉나라 건국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마초의 딸이 유비의 아들인 안평왕 유리의 아내가 되어 외척의 반열에 합류했다.

‘마초가 권력권에서 멀어진 것은 외척이 되었기 때문이다.’

촉한 정권의 외척이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마초의 아들이 촉한 정권에서 아무런 기록이 없는 것은 외척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마초는 순수 한인이 아니었기에 오호대장 중에서 후손이 대접받지 못한 것이리라. 그리고 마초의 아들 마승이 아닌 마대가 촉한에서 중용된 점은 마초의 부곡민들이 마대에게 넘어갔음을 나타내며 실지로 마대는 마초의 죽음 이후부터 크게 두각을 드러냈던 것이다.

아무튼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비단주머니에 든 철태궁을 전만년은 꺼내어 두어 번 시위를 골라보고 나서 말하기를
“이것은 쓸 만한 활입니다. 조금만 더 굳센 활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만년은 마초가 썼다는 철태궁을 그리 간단하게 평하였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붉은 입술에 지으며 단상을 향하여 목례를 하고 살통을 어깨에 둘러메고 나서 몸을 날려 말 위에 올랐다. 만년이 마상에 오르자 주인을 만나지 못해 게으름을 피우고 지내던 명마가 비호처럼 내달리었다.

이에 만년은 마상에서 철태궁을 겨냥도 대보지 않고 시위를 당기어 화살 6개를 마구잡이로 쏘았다. 허공을 나는 6개의 화살은 마치 한 개의 대나무장대와 같아보였다. 그런데 괴이한 것은 처음에 쏜 화살이 표적에 명중하자 다음 화살들이 꼬리를 물고 날아가 6개의 화살이 하나가 되어 표적에 명중되었다는 사실이다.

“와 와 와...”

순간적으로 영평강 가의 조련장이 떠나갈 듯 뜨거워졌다. 교련장이 발칵 뒤집어질 것 같은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산천이 모두 진동하는 것 같았다. 만년은 다시 말을 뒤로 물리어 150여 보쯤 물러났다.

그리고 시위를 한번 당겨 화살을 쏘자 살이 날아가서 먼저 명중된 6개가 1개로 되어 있던 장대같이 생긴 화살을 쳐내자 긴 화살이 땅에 떨어졌다. 이런 기묘한 광경에 놀라지 않을 군중이 있겠는가.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다시 한 번 더 산천을 진동하였다. 원탁은 몸소 장대 아래로 내려가 만년의 손을 잡고 칭찬하기를

“참으로 놀라운 궁술입니다. 촉한의 황충 장군도 전장군의 신기에 미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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