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된 방열기술로 전자제품 냉각모듈 시장 선도
식물재배용 LED조명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

우리는 대전을 ‘과학도시’라고 일컫는다. 대덕연구단지라는 국가대표 과학기술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는 덕분이다.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접근이 용이한 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벤처산업을 인큐베이팅하는 대덕밸리의 탄생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아시아 벤처메카의 신호탄이었다.
 
그 중심에 이제 중견기업으로 자리잡은 ㈜에이팩이 있다. 대덕밸리 초창기 창업기업인 ㈜에이팩은 벤처창업 열기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격변 속에서 지금까지도 굳건히 업력을 유지해온 터줏대감이다. 훌륭한 리더는 과거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줄 아는 사람이다. ㈜에이팩 송규섭(63) 대표가 그랬다. 그에게서 직원들과 함께 키워온 회사에 대한 깊은 애정과 남다른 자부심이 느껴졌다.
 
송규섭 ㈜에이팩 대표

#. 냉각기술로 미국과 경쟁에서 승리하다

대덕밸리 내에서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대표 기업 ㈜에이팩은 지난 1999년 창업 당시 해외 기업들이 주름잡던 냉각장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송 대표는 비록 중소기업이지만 냉각기술에 대한 비전과 전망에 감식안(鑑識眼)을 발휘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출신들로 구성된 직원들과 송 대표는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한 끝에 컴퓨터, 통신기기 등 전자제품의 열을 식혀주는 히트 파이프란 신기술을 개발했다.

히트 파이프는 열 전도율이 높은 구리 티타늄 합금으로 특수 제작한 진공파이프에 증류수나 알코올 등을 넣은 열 전도체로, 파이프 안의 액체가 기화할 때 주변 열을 뺏는 원리를 이용했다.

기존 강제냉각장치였던 통풍식 팬(fan)에 비해 열을 식히는 속도가 2~3배 빠른 ㈜에이팩만의 독보적인 기술이다. 열을 균일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히트 파이프를 응용한 각종 냉각모듈은 이동통신회사의 중계기나 PC,프린터는 물론 태양열 집진기, 휴대폰 등 전기·전자제품이면 대부분 사용됐다.

기존 방식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LG전자, 삼성전자 등과 계약이 성사됐으며 그 공개경쟁 과정에서 글로벌 강자인 미국기업을 제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이동통신 산업이 막 시작되는 시기여서 냉각 관련 장치의 필요성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 냉각장치 시장은 외국의 기술과 부품을 들여와 조립·판매하는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저희는 국산화된 냉각기술을 통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수를 던진 겁니다.

그 결과 동시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삼성과 LG전자 등의 사업부에 저희 제품을 납품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전부터 폭리를 취하던 미국 기업의 경우 경쟁력에서 계속 밀려 저희 창업 3년째에 국내에서 철수하게 됐습니다. 품질과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국내 이동통신 냉각기 시장의 90%를 이끌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06년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한 ㈜에이팩은 그 다음해 인텔 자회사인 인텔캐피탈로부터 300만 달러 규모의 자본을 유치해 글로벌기업으로 나아갔다. 인텔의 자본 출자는 차세대 컴퓨터 CPU 개발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는 인텔이 PC 및 전자제품의 발열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분야에서 ㈜에이팩의 기술력을 인정한 거다.

“그 시절 300만 달러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초기 자금이 어려웠을 때 벤처기업 펀딩을 잘 활용해 크게 위기를 겪었던 적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냉각기술 국산화를 위한 연구를 통해 기술을 먼저 개발해 놓고 시장을 연 덕분에 다른 기업보다 강점이 있었다고 봅니다.”
 

송규섭 ㈜에이팩 대표

#. 자체 방열기술로 만든 식물재배용 LED조명으로 해외를 정복한다

독자적인 각종 냉각모듈로 전자제품 냉각시장을 주도한 ㈜에이팩은 LED조명으로 주력 제품을 변경하고 신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술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식물재배용 LED조명에 뛰어든 이유는 단 하나. 최적의 방열기술에 대한 송 대표의 자신감이다.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기술을 응용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게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미 시장에서 방열기술로 인정받은 만큼 더 많은 제품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에이팩의 LED조명은 기존 조명보다 발열량이 훨씬 적고 빛의 효율은 높여 식물에 가해지는 안 좋은 열을 줄여줘 식물이 자라는데 적합한 조명이다.

특히 기존 원예 조명 대비 효율이 높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 효과가 뛰어나고 식물 생장에 필요한 파장 제어가 자유로운 것이 장점이다. 5만 시간 이상의 긴 수명으로 유지 보수도 편리하다. 색상에도 차별화를 뒀다.

기존 식물재배용 조명은 청색광과 적색광을 활용해 조명 아래서 장시간 작업하면 눈에 피로가 쌓였지만 ㈜에이팩 제품은 백색광으로 구현해 빛에 의한 눈의 피로를 최소화했으며 자연광에 가까운 색상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미 해외 여러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성능을 입증했으며 최근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에도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송 대표는 식물재배용 LED조명의 가능성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게 내다봤다.

“국내는 일사량이 굉장히 좋지만 러시아나 북유럽쪽으로 가면 일사량이 점점 떨어집니다. 해외 여러 나라로 실사를 다니면서 느낀 것은 근본적으로 농업이나 어업을 하는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이젠 땅에 씨를 부려서 결코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농업이나 어업에도 각각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엔지니어들이 필요합니다.”

LED조명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다. 이로 인해 대기업은 LED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송 대표는 그 자체가 경쟁력인 품질적인 측면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수출을 많이 할 수 있는 것도 역시 기술개발 투자에 많은 힘을 썼기 때문입니다. 유럽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먹히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해외에서 기업들이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품질입니다. ㈜에이팩은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사전에 설계부터 원칙대로 까다롭게 만듭니다.”
 

송규섭 ㈜에이팩 대표

 

#. 인재상

㈜에이팩 직원들이 하나같이 가족같은 분위기를 자랑하는 만큼 송 대표는 기업 인재를 뽑을 때 협동심을 가장 중요시한다.

“직원 면접 때 그 사람이 우리 회사 직원들과 팀워크를 이룰 수 있는가를 봅니다. 회사에 필요한 기술은 나중에도 배울 수 있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예요. 굳이 조건을 본다면 기계공학 관련자이거나 요새 식물조명 쪽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농업 쪽에 관심이 있으면 됩니다.”

조직에 녹아드는 융화를 중시하는 회사, 기술경쟁력을 밑천으로 앞을 제대로 내다보는 CEO의 조합이 에이팩의 더 밝은 내일을 지탱하고 있다.

 

 

글=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사진=전우용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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