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웅순의 시조한담] 수잡가 산행포수 ‘푸른 산중 하에…’
  • 금강일보 기자
  • 승인 2019.07.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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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 명예교수

<초장>푸른 산 중하에 조총대 들어메고 설렁설렁 나려오는 저 포수야

<중장>네 조총대로 날버러지 길짐승 길버러지 날짐승 너새 징경이 황새 촉새 장끼 까투리 노루 사슴 이리 승냥이 범 함부로 탕탕 네 조총대로 다 놓아 잡을지라도 새벽달 서리치고 지새는 날 밤에 동녘 동대로 짝을 잃고 게오름 게오름 울고 울고 가는 외기러기는 행여나 놓을세라

<종장>우리도 아무리 무지하여 산행포수일망정 아니놓삼네

푸른 산중하에 조총대 둘러메고 살랑살랑 내려오는 사냥꾼아. 네 총으로 길짐승 날벌레 날짐승 길벌레 독수리 물수리 두루미 황새 촉새 장끼 까투리 노루 사슴 토끼 이리 승냥이 호랑이 네 총으로 함부로 다 쏴 잡을지라도 새벽달 아래 서리 내리는 날 밤 동쪽으로 홀로 짝을 잃고 게오름 게오름 울고 가는 저 외기러기는 행여나 쏘지 마라
아무리 무식하여 사냥질이나 할 우리지만 그래도 외기러기에겐 총을 아니 쏩니다.

작자 미상의 시조다. 인간이나 짐승이나 이별의 슬픔은 매한가지이니 아무리 미물이라 한들 짝 잃은 짐승에게는 쏘지 않겠다는 것이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情)을 엿볼 수 있는 시조다.

시조의 종류에 ‘수잡가(首雜歌)’라는 것이 있다. 시조와 잡가가 뒤섞인 중간 형태로 곡조가 시조 절반, 잡가 절반이다. 시조라 부르기에는 격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잡가라고 부를 수도 없어 ‘잡가의 으뜸’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명칭이다.

이를 ‘언편(言編) 시조’, ‘엇엮음 시조’라고도 한다. 정경태 시조보에는 ‘엮음 지름’으로 되어 있다. ‘엇’은 장단에는 변화가 없이 지르는 형태와 순수한 창법에 이질적인 창법이 뒤섞인 형태이고, ‘엮음’은 ‘편(編)’, ‘사설(辭說)’과 같은 말로 음악적인 리듬이 촘촘하다는 뜻이다. ‘엇엮음 시조’는 처음은 높은 소리로 질러내고 창법의 스타일, 장단도 바꿔 리듬을 촘촘히 엮어가는 시조다. 이러한 종류의 시조로는 ‘푸른 산중하에’, ‘창을 내고자’ 등이 있다.

수잡가는 서울 지방에서 불리는 특수한 형태의 시조다. 초장은 지름 시조로, 초장 끝과 중장은 경쾌한 잡가로 변화시켜 부르다 종장에 가서 다시 시조로 되돌아간다. 수잡가, 언편시조, 엇엮음 시조, 엮음 지름, 휘모리 시조 등은 같은 시조의 이(異)명칭들이다. 이러한 형태의 음악을 가곡에서는 ‘언편’이라고 한다.

수잡가는 초·종장은 5·8박 장단의 시조 형식으로 중장은 세 소박의 세마치장단의 잡가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수잡가는 임기준에 의해 전승(傳承)됐고, 1939년 장사훈에 의해 채보(採譜, 악보로 옮겨 적음)됐다.

문학에서는 흔히 ‘엇’ 또는 ‘엮음’, ‘사설’을 자수가 정형에서 늘어난 시조라고 규정짓고 있다. 이것은 글자 수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음악적인 변화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점에서 문학에서의 ‘평시조’, ‘엇시조’, ‘사설시조’라는 명칭은 적당한 용어라고는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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