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대출 4조 3천억 ↑
예대율규제, 대출판도 영향
우량中企위주, 체감도 낮아
순수中企대출 비중 낮은 편
금융권의 중소기업대출이 늘고 있지만 일부에만 집중돼 현장 체감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는 방안을 택했지만 아직 많은 기업들이 목마른 상황이다.
2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31조 9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2조 1000억 원 늘었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96조 4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4조 3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 4월 대출 증가폭이 5조 원을 기록한 데 이어 5월 5조 4000억 원 늘어나는 등 매월 큰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는 이유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 비율) 규제 때문이다. 예대율 위험가중치를 산정할 때 가계대출은 15% 높이지만 기업대출은 15%를 낮춰줘 은행 입장에선 기업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보여주는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기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이를 대체할 수익원으로 우량 중소기업대출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금융권의 기업대출 확대를 독려하고자 각종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고 내실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함으로써 얻는 시너지 효과도 상당해 은행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가계대출 등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중소기업대출로 이동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기업금융 강화 독려로 기업대출 규모가 늘겠지만 당분간은 신용도가 높은 우량기업 중심으로 자금지원이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우량 중소기업에게 치중되다보니 현장에선 아직 기업대출이 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 하고 있다. 타 도시에 비해 대기업이나 우량 중소기업이 적은 대전은 특히 더 하다는 거다.
대전 대덕구에서 중소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송 모(43) 씨는 “중소기업대출이 늘고 있다는 소식은 듣지만 주변 사장님들과 대화하다보면 여전히 깐깐한 잣대를 내민다고 한다. 정작 필요한 중소기업보다는 탄탄한 업체만 가려 대출해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한숨 지었다.
늘어난 중소기업대출 규모 자체가 부풀려진 부분도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여기에 속하면서다. 4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순수 중소법인에 대한 대출보다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사업자의 상당수는 부동산 임대업자로 무늬만 중기대출로 분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소법인에 대한 대출 비중이 낮은 곳은 33.3%에 불과한 경우도 있고 가장 비중이 높은 은행도 49.3%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