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 단장
8월 말 중국 청도에서 전 세계 박사학위 소지자 1000명을 초청하는 행사가 열린다. 왕복항공료는 물론이고 행사기간 내내 모든 경비를 주최 측이 부담한다. 주로 이공계통의 학위소지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전공분야를 제한하지는 않았다.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역할이나 책무가 주어진 것도 아니다. 그저 주최 측이 안배한 활동에 참여만 하면 된다. 엄청난 경비와 행정력이 필요한 이런 국제학술행사는 중국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달 중순 산동성 연대시가 지원하고 산동대학이 주관한 국제학술대회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작년에는 산동성 추평이란 작은 도시에서 현대 신유학을 대표하는 양수명 관련 국제학술대회 일부가 열렸고, 이번에는 연대시 출신 신유학자 모종삼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대회가 열린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동성에서 거행된 유가관련 학술대회는 주로 제남을 비롯한 곡부 추성 등 대도시 아니면 공맹유학의 중심지에서 개최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곳곳에서 지역이 배출한 유학자를 중심으로 폭넓게 펼쳐지고 있다. 엄청난 예산이 수반되는 국제행사에는 중앙정부의 유가문화 복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지방정부의 지역문화 알리기 목적이 반영되었다. 중국사상사에 실린 웬만한 사상가 대부분이 학술대회 주제로 떠오른 것이다. 한동안 보수반동철학자로 낙인찍었던 인물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회 참가자들은 대내외 유수의 전문학자들이다. 이번 연대대회는 중국, 한국, 미국 등 10여 개국에서 100여 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이렇게 대규모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해당 인물의 사상사적 가치발현은 기본이고, 유가문화의 다양성 확보와 보편적 가치로서의 세계화 추구이다. 둘째, 지역 출신 사상가를 통한 지역문화 알리기 작업이다. 우리와는 달리 한번 이동하면 며칠이 소요되는 중국의 특성상 학술대회는 적어도 3, 4일은 기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세계 각국과 중국 각지에서 모여든 학자들에게 학술대회는 지역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한마디로 학술대회는 지역이 낳은 사상가를 활용한 문화마케팅 행사가 된다. 셋째,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일환이다. 무관계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음은 참가국 면면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일대일로’의 거점국가인 이란, 이집트, 네덜란드 학자가 참여한 점이 특히 그렇다. 더군다나 이란은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나라가 아닌가. 미국의 경계대상1호 국가의 학자를 버젓이 초청해서 발표기회를 준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일대일로’는 단순 경제적인 하나의 길(road)만을 표방한 것 같지는 않다. 길의 중심에는 중국문화, 곧 유가문화가 있다. 유가문화로 전 세계를 이어보겠다는 숨은 뜻이 보인다. 애당초 세계 곳곳에 세운 공자학원, 공자아카데미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 유가문화 선양의 전초기지는 ‘일대일로’의 내면적 콘텐츠가 무엇인지 알게 한다. 중국학자들의 세계 각국 방문을 통한 유가문화 선양활동도 활발하다.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단지 경제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문화분야에서도 현저하다.
또 놀라운 사실은 언제부턴가 어느 나라 학자가 되었든 중국어를 보편적 언어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애당초 주최 측은 공식언어로 영어와 중국어를 공지했다. 그런데 영어사용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중국어를 구사할 수 없는 사람은 아예 초청하지도 않은 것 같다. 혹 참석했어도 벙어리가 될 뻔했다. 중국학자들이 아랍과 유럽 현지를 찾아다니며 중국문화와 사상을 전파할 때에도 오로지 중국어만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도 열기는 뜨겁다고 한다. 중국의 문화와 사상을 통한 중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구축과 확장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이면에는 사상문화적 유가철학이 깔려있다. 또 중국어가 세계보편어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와 희망도 자리하고 있다. 정신적인 유가문화와 표현수단 중국어의 세계화, 보편화 작업이다. 이를 위한 중국의 통 큰 행보에 우리의 문화생존 전략도 면밀히 검토할 때다. 또다시 문화 변방국가로 전락하지 않도록 우리의 주력문화를 무장할 필요가 있다. 핵심에 효문화가 있다. 중심에 대전에 있는 세계 유일의 한국효문화진흥원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