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출입금지는 인종차별” / 한국을 사랑하는 일본인 존재 / “샤이재팬이 욕먹을 일인가?”
“현 상황에서 일본 제품을 사지 말자는 운동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는 건 이해되지만, 사람은 제품이 아니에요. 일본인을 보이콧한다는 건 인종차별에 가깝죠. 사실 아베 신조 총리가 내린 결정을 일본 사람 전부가 찬성할 리는 없잖아요?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서부터 시작된 일본 보이콧 운동, 이제는 사람까지 보이콧하는 일이 벌어졌다. 점포에 적힌 ‘일본인 출입금지’에 대한 상반된 여론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대전 동구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 미야가와 아키(25·여) 씨와 그의 연인 장석우 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 씨는 “‘일본인 출입금지’가 애국이라는 사람도 있는데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하거나, 일본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고 반일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일본인과 만나고 있어서 그런거지?’라는 편견 섞인 질문이 가장 먼저 이어진다.
아니면 ‘샤이 재팬’이라며 반일감정을 실은 비난의 화살을 내게 돌리곤 한다”고 현실을 고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서 지금 이어지고 있는 일본 불매운동은 충분히 애국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민주주의 현대사회에선 개인의 자유가 어느정도 인정받아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미야가와 씨는 “비교할 게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한국인, 일본인 모두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사실들을 잊으면 안 된다는 걸 안다. 한국인들의 이유있는 일본 증오에 대해 나는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했다”며 “일본인들 중에서 젊은 세대들은 일제강점기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위안부 이야기도 한국에 와서 처음 알았다. 그런 부분들은 배우지 않은 젊은 일본인들은 왜 한국이 이렇게까지 반일감정을 내세우는 건지 이해하지 못 한다. 그러나 나는 역사적 사실을 아는 사람으로서 일본 불매운동과 반일감정의 본초적 원인인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일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사실에 대해 일본은 그냥 흐지부지 넘어가거나 간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한국인, 일본인을 떠나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젊은 세대의 입장으로서는 반일이나 혐한에 대한 뿌리깊은 감정을 이해하지 못 한다. 이것 만은 확실하다. 현 시점에 한국을 사랑하는 일본인이 있듯, 일본을 사랑하는 한국인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거다”고 견해를 밝혔다.
여기에 장 씨가 의견을 덧붙였다.
그는 “애국적인 면모에서 일본 제품을 보이콧하자는 운동은 아키도 나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할 자격과 이유는 아무에게도 없다. 그것은 개인적인 의견이며, 어떤 행보를 걷든 개인의 자유로 인정해야 한다”며 “요즘 계속해서 언급되는 ‘샤이재팬’과 ‘유파라치’의 모습에서 우리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샤이재팬들 중에서는 극단적 반일감정과 분리해 일본과의 원만한 관계를 추구하며 ‘일본 문화’가 아닌 ‘타국의 다양한 문화’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애국심이 없는 행동’이라며 개인을 비난하는 건 옳지 않는 행위라 생각한다. 유니클로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단두대에 올리는 ‘유파라치’가 그 예에 속한다”고 씁쓸해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