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용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 위원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성격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그러므로 이에 따르는 행동도 모두 다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부딪히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현대사회는 점점 개인주의로 변화되고 있다. 그래서,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득을 더 중요시하고 개인의 안락에 대하여 더 신경을 쓴다. 이런 행태는 자기중심적인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타인을 생각하는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속에는 이타적인 사회를 희망하는 마음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이런 마음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많은 양보와 배려의 현장을 볼 수 있고 그 모습은 훈훈한 마음을 갖게 하는 한편 부끄러운 마음도 갖게 하는 등 스스로의 마음을 새로 다지게 하는 계기가 된다.
필자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때 출근길 버스를 타던 날이 기억난다. 그 날 버스는 만원이었다. 중간쯤 앉아 있던 나는 버스정류장에서 짐을 들고 타시는 할머니를 보았다. 버스를 타려고 했지만 무거운 짐과 많은 사람들로 인해 쉽게 타지 못하고 있던 할머니를 향해 기사가 빨리 타라고 재촉하고 다른 승객들 일부도 빨리 출발하라고 재촉했다. 필자는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만 있었는데 갑작스레 앞에서 한 학생이 버스에서 내리더니 할머니의 짐을 들고 탑승을 도와주었다. 간신히 버스에 탄 할머니 대신에 그 학생은 만원의 버스에 타지 못하였다. 그러면서도 그 학생은 버스가 출발했지만 밝게 웃고 있었다. 그 할머니가 버스에 타자 앞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갑작스레 자리를 양보하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 빨리 출발하라고 말했던 기사와 일부 승객들은 아무말 하지 못했고 할머니가 앉은 후에 버스는 출발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필자는 왠지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스스로 창피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학생의 행동을 보고 자리를 양보하던 승객들과 천천히 출발했으나 누구하나 뭐라고 말하지 않던 모습은 훈훈하게 마음에 다가왔다.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학생의 웃는 모습은 아직도 나의 뇌리 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분명 그 학생은 지금도 우리 사회의 어느 곳에서 양보와 배려로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대부분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하겠지? 굳이 내가 양보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안일한 생각과 자기중심적 타협의 생각은 양보와 배려의 생각과 행동을 제약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편협된 생각과 행동을 바꿀 의지는 부족하다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양보는 자신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양보함으로써 상대방에게도 양보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고 그 양보의 관계는 결국 호의적 관계로 발전하여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우리가 삶을 살다보면 모든 삶에서 가장 힘든 것이 인간관계이다. 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면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은 분명한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이 사실에 대하여 분명히 인지하여야 한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나에게 심적 고통이 된다. 그 고통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 환경은 상대방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야 한다. 그 사람의 의견을 들어주고 공감해야 한다. 단순히 들어주는 데에 그치지 말고 내가 그 사람을 위해 양보와 배려를 해보자. 그 사람도 분명 시간이 지나면 나를 위한 양보를 해 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일부가 있지만 그 일부 때문에 나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일부의 사람과 동일한 유형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상대방과 처음에는 이성과 논리를 갖추어 서로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나의 의견에 상대방이 동의해주길 바랄 것이다. 그리고 의견이 통일되지 아니하면 상대방이 고집을 부린다고 말하지만 나 역시 상대방과 마찬가지인 것을 분명 알아야 한다.
이 세상을 살다보면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본질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내가 먼저 이해라고 양보하고 배려할 생각은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영국속담에 양보가 때로는 성공의 가장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 이런 사실을 알고 나 스스로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하고 배려하는 사고와 행동을 실천해보는 한 발을 내디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