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재판과 동물재판

 

 다른 하나는, 11세기의 빌헬름(Wilhelm der Eroberer: 1037~1087)이라는 영국 왕은 귀족의 사용 영역에 속하지 않은 곳에 존재하는 모든 사냥 개들의 이빨 3개를 빼게 한 적도 있단다. 이렇게 하면 달리는 사냥개의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는데, 그럼 이 왕은 순전히 오직 자기 숲만을 보호하겠다는 차원인가?

아무튼 이유가 불분명한데, 혹 역사적으로 이런 사실도 있었다는 걸 알리는 걸까? 아무튼 당시 왕 한마디에 개의 생이빨이 뽑혀졌다니!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봉건영주들이 사냥을 좋아하게 되자 생기는 문제점도 있었는데, 이들이 사냥으로 행차를 하게 되면 수도원 원장들이 애를 먹기 시작했다는 거다. 수도원이 주로 숲 부근에 있었으니 그랬나 보다. 그래도 만약에 수도원 원장이 갑이었고 귀족이 을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터인데…. 이들은 갑인 귀족들에게 모든 것을 생으로 조달해 주어야만 했다.

귀족들이 사냥 구실로 장기간 머물면 수도원의 분위기도 흐트러지고 수행원까지 뒷바라지를 하려면 보통 일은 아니었을 듯하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1418년 바이에른 지방에서는 규정이 내려졌다. 한 귀족이 이런 사냥행차를 할 때는 3명 이상의 귀족들을 동행하는 것을 금지시켰고, 다만 10명의 종들만의 동행은 허락했다. 그리고 '말은 5마리만을 동행하라! 25마리의 사냥개 동행만은 된다!'는 것들이었다.

수도원 측에서는 사냥개 25마리만 먹이고 관리하는데도 많은 에너지와 손길이 들 터인데, 여기다 귀족들과 그의 동행인들을 위한 음식 숙박, 거기다 말 관리까지! 정말 갑이라는 이유로 을에게 지나친 요청을 하는 듯하다. 수도원 측에서는 이런 귀족 한 사람뿐이겠는가? 동서남북에서 이렇게 찾아와 이들의 사냥놀이에 뒷 치다꺼리를 해야만 했을 것이니 얼마나 고달팠을까?

중세인들은 재판을 참 좋아한 듯하다.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재판이 더러 있었는데 바로 '신의 재판'과 '동물재판'이다.

중세의 종교와 신비주의 연구의 대가인 딘젤바허 교수,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중세사를 연구하는 카이 페터 얀쿠리프트 박사와 프랑크 마이어교수 저서에 잘 나와있다.

중세사가인 프랑크 마이어 교수는 중세 동물 이야기에 175쪽의 저서에 박사논문도 포함된 약 200개의 참고도서를 인용했으니, 참 놀라울 따름인데, 추측건대 중세의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 연구가 심층적으로 진행 된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냥 지나 갈수 없으니 먼저 '신의 재판(판결)'도 아주 간략하게나마 보자. 이름 그대로 신이 재판(심판)을 하기에 그의 심판을 통해서 신의 뜻을 알아낸다는 거다. 이런 심판은 사실 게르만족의 관습에서 출발하였지만, 후에 그리스도교가 이 방편을 취해서 발달시켰다.

신의 심판은 법정에서 증명을 할 수 없는 경우에 신이 재판을 해준다는 것인데, 여러 가지 재판 중에서 몇 개를 보기로 하자. 먼저 물의 재판이다. 마녀로 몰린 이를 물에서 넣었는데, 만약에 물에 뜨면 마귀가 도왔다는 해석을 내린다. 사실 인간은 물에 가라 앉아도 죽고, 물에 떠도 죽는데, 신의 이름을 부친 좀 기이한 심판이다. [출처: '기독교 사상'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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