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웅순의 시조한담] 사설지름 ‘태백산하 에굽은 길로’
  • 금강일보 기자
  • 승인 2019.10.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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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 명예교수
 

<초장> 태백산하(太白山下) 에굽은 길로 중 서넛 가는 중(中)의 말째 중아 게 잠깐 말 물어보자

<중장> 인간이별만사(人間離別萬事) 중에 독숙공방(獨宿空房)을 마련하시던 부처님이 어느 절 법당(法堂) 탁전(塔前) 탁자(卓子) 위에 감중련(坎中連) 하옵시고 두럿이 앉았던가

<종장> 소승(小僧)도 수종청송(手種靑松)이 금십위(今十圍)로되 모르옵고 상좌(上座) 노스님 알으신가 (하노라)

이 사설지름시조는 화자가 중에게 묻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인간사 중에 독숙공방을 마련한 부처를 본 적 있느냐?”

화자가 말째 중에게 물어본 말이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말째 중의 대답이다.

부처인들 일부러 그런 독숙공방까지야 마련했겠느냐는 것이다.

화자는 임 떠난 애타는 심정을 화풀이하기 위해 일부러 말째 중에게 어깃장을 놓고 있다. 뻔한 물음에도 말째 중이 이를 모르는 척하고 있다. 혹 아실는지 모르니 저 앞에 가시는 높으신 스님께서나 물어보라는 것이다.

감중련은 팔괘의 하나인 감괘의 상형을 이르는 말이다.

감괘
감괘

감괘의 가운데 획이 이어져 틈이 막혔다는 뜻으로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는 부처님의 수인을 뜻하는데 수인은 불상의 여러 가지 손가락 형상을 의미한다.

‘수종’은 손수 심은, ‘청송’은 푸른 소나무를, ‘금십위’는 열 아름을 말한다. 제일 어린 중이기는 하나 내 손수 심은 푸른 소나무가 지금은 열 아름쯤 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꽤 들었다는 것을 금십위로 표현했다.

현대어역이다.

<초장> 태백산 아래 조금 휘어 돌아가는 길로 중 서너 명 가는 중에 제일 끝에 가는 중아, 거기에서 잠깐 말 좀 물어보자.

<중장> 우리 인간들이 서로 이별하는 많은 일 중에서도, 짝이 없이 혼자 살아야만 하는 신세를 마련하신 부처님은 도대체 어느 절 탑전 탁자 위에 감중련 수인을 하시고 홀로 떨어져 앉아 계시는가?

<종장> 저도 제 손으로 소나무를 심어 지금 열 아름 정도는 되었지만 모르겠고, 혹시 저 덕이 높으신 노스님께서나 아시는가 합니다.

사설시조는 향제 시조에만 있다. 자수가 많은 사설시조는 장단을 축소하거나 늘려 부르지 않는다. 초장 5·8·8·5·8 중장 5·8·8·5·8. 종장 5·8·5·8 박인 평시조의 기본 장단에 맞춰 불러야 한다. 이 때문에 한 박자 안에 여러 자씩을 붙여 부르는 관계로 한 음이 여러 개의 음으로 세분돼 리듬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리듬감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지름시조는 가곡의 두거나 삼수대엽 창법을 모방해 변조시킨 곡으로 두거·삼수시조라고도 한다. 초장의 첫째·둘째 장단을 높은 음으로 질러대고 중·종장은 평시조의 가락과 같다.

이 사설시조와 지름시조를 섞어 부르는 창법이 바로 사설지름시조다. 남창 지름시조의 초장의 높은 선율과 평시조의 중·종장의 기본 선율에다 사설시조의 촘촘한 가락을 붙여서 부른다. 이 사설 지름시조에는 평탄하게 부르는 평시조의 가락과 초장을 높여서 부르는 지름시조의 가락과 리듬을 촘촘하게 해서 부르는 사설시조 가락이 섞여 있다. ‘태백산하’ 사설지름시조는 정경태 선율보의 대표적인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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