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G-스토리] 나는 왜 술을 마시나, 여자 연예인과 음주문화
  • 신성룡 기자
  • 승인 2019.11.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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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룡 사회부 기자
신성룡 사회부 기자

술을 마시는 이유는 뭘까. 보통은 술을 언제 마실까.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유를 대곤 한다. 좋은 일이 있을 때 먹는 술, 나쁜 일이 있을 때 먹는 술, 날씨가 흐려서 먹는 술, 날씨가 맑아서 먹는 술,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 먹는 술, 때론 그냥 술을 마신다. 술의 종류를 고르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술 맛에 따라 고르거나 그날 안주에 따라 혹은 향토기업의 술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여자 연예인 사진을 보고 술을 고르거나 마시는 ‘별난 사람’도 있는 듯싶다. 보건복지부가 ‘술병 등 주류 용기’에 여자 연예인 사진을 담지 못하도록 해 음주문화를 고치겠다는 게 그렇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마치 당연한 것처럼 소주병에 여자 연예인의 얼굴이 붙어있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음주 소비 조장 방지를 위해 술병 등 주류용기에 연예인 사진을 부착하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선, 검토한다고 밝혔다. 주류 광고 기준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 10조 내용을 수정, 소주병 등에 연예인 사진을 붙이지 못하게 한다는 게 골자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의견이 팽팽하게 나뉜다. 우리나라가 흡연에는 엄격하면서 음주에는 관대하는 의견이 나온다. 담배에는 보기에도 끔찍한 경고 사진이 붙어 있지만 음주운전 등 사고요인이 많은 술은 연예인까지 내세워 음료처럼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 상품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현재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 1위인 '참이슬' 병에는 아이돌인 아이린의 사진이, 2위인 '처음처럼'에는 아이돌 출신 배우 수지의 사진이, '좋은데이'에는 아이돌인 세정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 업체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소주잔 바닥에도 연예인 사진을 붙여 술을 마시면서 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이들은 ‘술과 여자’라는 남성 중심문화에 기인한 여성 상품화로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처는 없지만 우리나라 소주병에 그려진 광고 모델을 보고 의아해하던 외국인이 ‘실종 아동 사진이냐’라고 물었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반면, 소주병 모델 때문에 소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대전·세종·충남 기반의 맥키스컴퍼니는 다른 여러 소주회사들과 달리 여성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는 등의 판매전략을 일찍이 중단했지만 오히려 기존 경로를 탈피해 혁신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최근 출시돼 레트로 디자인으로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진로이즈백’의 경우에서도 보듯 연예인 사진과 판매량이 직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런 것까지 규제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술·담배 판매를 아예 금지하라는 극단적인 발언도 나온다. 자유경제국가에서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기업이 마케팅 방향을 결정하는 게 당연하지만 정부가 담배에 이어 소주까지 제재의 칼날을 들이댄다면 서민들은 무엇에 위로를 받느냐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음주문화의 문제는, 술을 못 마시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손해를 보는 분위기에 있다. 술은 친목을 위해, 사회생활을 위해, 그리고 즐거움을 위해서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정서가 일반적이다. 우리사회도 잘못된 음주문화는 바뀌어야 하지만 여자 연예인과 ‘주도’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신성룡 기자 |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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