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진 경제부 기자

영원할 것만 같았던 10대가 지나고, 20대가 됐다. 나를 비롯한 또래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거나, 그럴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부모라는 요새에서 나와 자립해야만 하는 시기, 항상 ‘쪼들렸던’ 용돈 없이 스스로 벌다보니 생산적인 삶이 얼마나 고난의 연속인지 알게 되는 지금, 바로 나와 우리, Z세대의 현주소다.

각 시장의 트렌드를 알려면 Z세대에 주목하라고 했던가,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생활의 디폴트로 깔고, 이를 디딤돌 삼아 세계화된 문명으로 완전 무장한 채 자라났다. 4차 산업혁명으로의 도약이 필요한 대한민국의 현 시점에서 이만큼이나 공략해야 하는 소비계층이 또 있을까. 여러 인플루언서들은 2020년 소비시장을 장악할 필수 키워드에 Z세대를 꼽는다. 가장 발 빠르게 이들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고 소비패턴을 읽어낸 사람들은 Z세대의 정서, ‘외로움’에 집중한다. 시장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그들의 ‘외로움을 팔라’는 거다.

'Z세대'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이전 세대보다는 경제호황기를 겪고 자란 탓에 구매력이 높고, 유행에 민감해 소비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들이 공유하는 가장 대표적 정서는 ‘외로움’과 ‘공허함’이다.

SNS를 통해 타인과 항상 연결돼 있다고 여기지만, 그래서 더 결핍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들 외로움의 크기는 소비욕구의 깊이와 비례한다.

이런 Z세대의 니즈에 발맞춰 소비시장에는 ‘혼(자) 라이프’에 관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인 가구 연예인의 생활을 밀착 취재하는 방송 프로그램부터 1인 전용 식당, 혼자인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까지. 온 사회가 파편화되고 개인화 돼버린 그들의 인간관계 맥락을 읽고, 그들의 욕구에 맞는 셀링포인트를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거다.

Z세대는 블랙홀과 같다. 끝없는 공허함에 익숙해 끝없이 물건을 사고 또 산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게 지치고 포기한다.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거나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과장한다면, 나는 이 세계가 사르트르의 ‘타인은 지옥’이라는 개념을 밑바탕에 둔 디스토피아로 변화하는 게 아닐까 새삼 쓸데없는 걱정도 든다. 깊은 관계보다 표면적인 관계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Z세대가 느끼는 외로움,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은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런 순리일지도 모르겠다.

외로움이 없는 세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외로움이 한 세대의 정서로 번질 만큼 사회 분위기가 날 서고 각 졌다는 것은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혼자’라서 느끼는 외로움이 다수에게 공감 받는 콘텐츠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가 될 수 없다는 것, 안타까우면서도, 이해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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