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충남본부 박상권 교수(연구위원)

박상권 교수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가 주거와 상업지역이 혼재되어 있고, 상업 밀집지역은 물론 아파트 등 주거 밀집지역에서도 조차 빈번한 자동차의 왕래로 인해 보행자나 이륜차와 접촉빈도가 높아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 심지어 간선도로 혼잡으로 생활도로가 우회도로로 이용되거나 불법주차로 인해 보행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주행정보의 대부분을 시각에 의존하는 운전자가 40㎞/h에서 좌우 100도를 볼 수 있지만 100㎞/h로 속도를 높이면 운전자의 시야는 40도로 좁아진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라는 슬로건처럼 속도를 줄인 만큼 운전자의 주변정보가 제대로 입수되기에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 특히 야간에는 시각정보 부족으로 사고 위험이 높아서 주간보다 낮은 속도로 주행해야 하는데 보행자가 적다고 빨리 달려 사망사고를 내는 경우도 많다.

정부에서도 보행자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도심부 일반도로 제한속도를 60㎞/H에서 50㎞/h로, 시속 10㎞만 낮추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지만 사망자수는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 교통약자보호구역(스쿨존·실버존)과 주택가 이면도로도 30㎞/h로 속도를 낮추어 사고피해를 대폭 줄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에 공감하고 실천하려는 운전자들은 아직까지 적다. 때문에 성공적인 ‘안전속도 5030’ 정책의 정착을 위해서는 (필자가 2005년에 집필한 보고서 '교통안전지역 지정제도 적용방안 연구'에서도 밝혔듯이) 생활도로에서 통과차량을 배제하고 운전자가 보행자를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고, 주행속도를 감속하도록 하는 교통정온화 기법 적용 및 시설 확충,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이 중요하다.

지난 11월 21일 필자가 소속한 기관이 주관하여 대전시 지역 시민단체 및 운수단체 관계자 대상으로 '안전속도 5030 관련 교통정온화 설명 및 의견수렴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워크숍 조사결과, 운전자 관점에서 바라본 보행자의 안전 저해요인은 무단횡단(33.5%),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22.4%) 등의 순이었고, 보행자 관점에서 본 운전자의 저해요인은 신호위반(30.0%)과 과속(28.4%) 등의 순이었다. 교통정온화 시설에 대해서는 교통약자보호구역은 속도저감을 유도하는 ‘차로 폭 좁힘’과 ‘지그재그 형태의 도로’ 시설물이 필요하고, 상업 밀집지역은 ‘과속방지턱’과 ‘회전교차로’, 주거 밀집지역에서는 ‘교차로 폭 좁힘’, ‘고원식 횡단보도’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분석결과, 교통약자보호구역내에서는 전반적인 구간속도 하향효과가 있는 시설물을 선호하며, 교통량이 많은 상업밀집지역 등에서는 지점속도 하향효과가 있는 시설물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시민주도형 성공적인 ‘안전속도 5030’ 추진을 위해서는 지역민 의견은 물론 공감대 형성과 능동적인 실천이 중요하다. 작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3781명으로 전년도 대비 400여 명이나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안전속도 5030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와 가해자, 그 가족들의 처절한 삶을 생각해볼 때, 우리 모두가 사망자 절반 줄이기 목표달성을 위해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교통안전을 위한 관심과 노력이 '단 한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의미 있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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