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은 사탄의 명령만 따른다?

아래서 본 풍뎅이. 중세시대엔 곤충조차 법정에 세우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이번엔 종달새 얘기다. 그 죄목은 이 새가 성당에서 노래했다는 것. 1597년의 다른 한 예는, 두 마리의 동물이 사형선고를 당했는데 바로 게와 두더지다. 게에 대한 판결은 물에 빠지게 해서 죽이는 것, 두더지는 살아 있는 채 땅에 묻어버리는, 말하자면 생매장이다. 생매장 얘기가 나온 김에 좀 더 붙이자면, 때때로 다른 판정이 나오기도 했는데 바로 동물의 다리를 절게 만들어 버리거나 아니면 태워 죽이는 방법이었다. 유충·해충에 관한 재판에서도 변호가 나오고, 이들의 변호 중에는 사실에 잘 부합한 변호를 한 이도 보이는데, 동물도 이 지상에서 신이 부여한 권리가 있어서 논밭의 열매를 갉아 먹고 영양을 취할 수 있다는 옹호다. 때론 이런 논증이 효과를 발휘해 실제로 메뚜기가 논에서 자연스럽게 영양을 취하게 만들기도 했단다.

해충에 관해서는 아주 잘 알려진 재판의 예는 1478~79년 로잔느(Lausanne)의 주교좌 법정에서 열렸다. 바로 풍뎅이를 법정에 세운 재판이다. 이들은 폭풍우나 우박 등을 일으키는 악마적인 시도를 하면서 인간을 괴롭힌다고! 아를(Arles)에서 예를 들어 한 법관이 메뚜기군집을 변호할 때 동물들은 인간의 믿음을 시험하는 신의 도구임을 알아야 한다는 변호까지 했다고 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나무를 깎아먹는 곤충류, 게 등등도 살인죄·신성모독죄, 아니면 곡식을 전멸시킨다는 죄목에 걸려들었다. 더불어 이들에게도 당연히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변호자를 임명했고 증인을 세웠단다. 1481년 마콩(Macon)에서 진행됐던 한 판결을 통해서 교회가 해충(Schadlinge)을 가지고도 어떤 징벌을 내렸는지를 볼 수 있다. "왜냐면 해충은 사탄의 명령에만 따를 뿐 교회와 신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들은 이 해충들을 저주하면서 파문한다." 이런 판결에는 모든 전지전능한 신의 측면에서 또 모든 성인들의 뜻에 따르는 거란다. 이 글의 주어만 빼면 완전히 인간에게 내리는 판결 같은데, 현대인의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낯선 풍경이다. 해충을 몰아 내는데, 귀신을 쫓아내는 의식을 취하면서 몰아내기도 했다.

1452년 로잔느(Lausanne)에서의 일이다. 한 주교가 법정에서 한 귀신쫓는 의례/양식이 전해 내려오는데, '병을 야기시키는 벌레들과 쥐들을 아버지인 신의 이름으로, 아들인 예수의 이름으로, 신과 예수 사이의 성령의 이름으로, 너희들을 쫓아낸다. 너희들은 즉시 물로 가야 할 유충은 물쪽으로, 들판으로 가야 할 유충들은 들판으로 포도밭으로 가야 하는 유충은 포도 밭으로 가라! 그러면 너희들은 목숨만은 부지할 것이다.' 참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기독교 사상’ 2018년 9월호>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