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홍 作 - Record No.14

 네 개의 방이 있다. 각 방마다 일상의 물건들이 자리를 잡았다.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사람의 흔적이다. 눈을 기억하는 안경, 입맛을 기억하는 초콜릿, 그리고 커피. 기억을 그릴 수 있는 파스텔, 그런 기억을 달콤하게 꺼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케이크. 핸드백도 보인다.

이 사물들을 만졌거나 보았을 사람들의 흔적이다. 그 흔적을 통해 우리는 있었던 일을 기억한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다시 흔적을 통해 기억을 유추해 본다. 안경의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마신 커피와 아직 뚜껑을 열지 않은 컵.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포크. 어떤 사람들이 와서 케이크를 먹을까. 이런 상상은 일상에서는 쉽게 놓칠 수밖에 없다. 아니 우리가 놓치고 살았다. 그걸 느껴볼 수 있는 기억의 시간이 주어졌다. <김희정 대전미룸갤러리 관장>

주선홍(1991년~)
작품명 : Record No.14
작품크기 : ea 25x25cm
재료 : Oil on canvas
제작년도 :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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