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사유담 협동조합 이사

 
김기옥 사유담 협동조합 이사

 

지난해는 ‘노잼’도시 대전방문의 해였습니다. 한 해동안 칼럼도 쓰고 라디오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다 대전이야기가 거의 바닥났습니다. 대전에 살 뿐 대전을 몰랐던 저에겐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럼 대전열전을 적어야겠다 생각하고 어떤 사람을 적을까 생각도 하기 전 안여종 대표님이 떠올랐습니다.

때는 12년 전. 한참 강의로 마이너리그를 평정할 즈음 한 지인이 소개해 줄 분이 있다고 저를 초대했습니다. 그곳에 세 사람이 영문도 모르고 마주 앉았습니다. 과학하는 김영주 대표님, 생태역사 하는 안 대표님, 그리고 오직역사 김기옥이 그렇게 만났습니다.

안 대표님은 대전스토리투어를 진행하십니다. 저는 반딧불이투어를 가봤습니다. 갑천상류 노루벌에는 이상한 반짝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늦반딧불이입니다. 도시에 반딧불이가 있다고? 반신반의하면서 졸졸 따라갑니다. 차를 멀리 버려두고 더듬걷다가 어둠 속에서 별빛축제가 열리는 것을 봤습니다. 밤하늘에 은하수가 뿌려진 듯 풀숲이 일렁입니다. 사모님과 차마 아이들 앞에서 싸울 수 없어 무작정 차 끌고 나왔다가 반딧불이 세상을 찾았다고 합니다. 알고보니 이곳에서 손예진이 나온 영화 ‘클래식’의 반딧불이 장면을 찍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은 새벽에 해돋이를 보라고 산에 끌려 올라갑니다. 그 때 장엄한 한려수도가 펼쳐지는데 그곳은 대청댐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도해가 펼쳐지는 풍광은 분명 남해안입니다. 또 어느 날은 새벽에 유등천으로 불러내십니다. 느닷없이 신발을 벗고 새벽여울을 건너면 빨갛게 대전해가 떠오르는 것을 봅니다.

안 대표님은 언제나 제 편이셨습니다. 어이없게 낯가려서 까칠한 이미지를 풍길 수 밖에 없는 대인기피증 김 선생을 최고의 사람으로 전하고 다니신 분은 안 대표님이십니다. 사실 역사문화가 겹치기 때문에 경쟁업체일 수도 있는데 한번도 저를 그렇게 대하신 적 없습니다. 어린 사람이라고 반말한 적도, 하대한 적도 없습니다. 잘못된 것을 그냥 두지도 않으셨습니다. 유독 정보력 늦은 저에게 세상 돌아가는 걸 정확히 짚어주시는 분도 대표님이셨습니다. 유일한 역사전공 활동가라고 힘을 불어 넣어주시기도 하셨고 더 큰일을 하려면 힘을 키우라고도 하셨습니다. 문화불모지 같은 대전에서 솔선수범 새벽부터 밤까지 두발로 뛰셨고 제가 알건대 경제적 상황도 넉넉지 못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묵묵히 걸으시며 직원 하나만 정규직으로 두는 게 목표라고 웃으셨습니다. 그 많은 일을 홀로 막으시며 관이 돕거나 말거나 바쁘십니다. 얼마나 바쁘실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대전에 도움이 된다면 두발 벗고 뛰어가셔서 마을공동체 구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습니다. 스치듯 지나가도 뛰어나와 맞아주시는 대표님께서 올해는 저에게 강의를 부탁하셨습니다. 저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사유담이 함께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특급칭찬이 돌아왔네요. 존경합니다. 대전이 대표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렇게 걷다보면 새로운 물길이 열린다는 말씀 지니고 살겠습니다. 직접 밟은 지식을 전하시는 그 수준있는 스토리투어는 언제나 감동 또 감동입니다. 추석 달은 7시 15분 식장산 꾀꼬리봉에서 뜬다고 하실때 저는 책을 덮고 꾀꼬리봉을 찾아봤습니다. 길에서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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