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자 이순복 대하소설

장빈과 조개는 진원달의 말을 새겨듣고도 여러 번 머리를 숙이고 계속하여 간청하였다. 이에 진원달은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더니 말하기를

“정 그러시다면 내가 시험 삼아 글을 한 장 적어서 사람을 보내 보리다.”

진원달은 점잖게 장빈의 뜻에 따르겠다고 허락하고 장빈일행에게 잠자리를 제공해 주었다. 고된 일정을 소화한 탓인지, 잠자리가 편안한 탓인지, 산속의 공기가 맑은 탓인지 장빈일행은 모처럼 단잠을 잘 수 있었다.

날이 새어 서봉루에도 새들이 찾아와 울어대고 태양은 검은 숲의 이슬방울을 희롱하였다. 진원달의 글을 가진 사람이 산을 내려갔다. 심부름을 간 사람이 2일이 지나서 장빈일행의 행낭을 찾아가지고 돌아왔다. 그러나 급상과 석늑의 행방은 묘연했다. 장빈일행은 진원달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나려 하자 진원달이 말하기를

“여러분들의 행장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보통객인이 아닌 줄 아오. 그리고 놀란 것은 여러분의 용모요. 여러분은 범상한 분들이 아니오. 필시 원수를 피하여 은신처를 찾고 있는 것이 분명하오. 그렇다면 길을 떠났다가 다시 도적을 만나면 어쩔 셈이오. 그런 고통스런 욕을 당하지 마시고 한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서서히 일을 도모하는 것이 어떻겠소?”

장빈일행은 진원달의 선견지명이 놀라웠다. 그리고 간곡히 붙잡는 성의에도 감복하여 이곳에 머물기로 작정하였으나 신분은 감추었다. 서봉강에서 지내게 된 장빈일행은 날마다 정자에 올라가 시를 쓰고 문장을 논하였다.

또 이따금씩 사냥을 나가 짐승을 잡기도 하였다. 원달은 장빈과 함께 지내며 그의 심오한 학문과 재주에 놀랐다. 또 활 쏘는 솜씨마저 뛰어났으니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사람은 예사인물이 아니다. 구세제민을 하거나 창업주를 모실 보기 드문 장재일거다.”

세속의 속된 것을 털어버린 원달은 장빈의 재주가 빼어난 것을 보고 저절로 공경하는 마음이 우러났다. 장빈도 원달의 곧고 정직하고 참한 마음이 부럽고 고마워서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에 둘의 우정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깊어가고 재주와 포부는 관중과 포숙에 비교할 만하였다.

이날 장빈과 진원달의 만남이 미래에 있을 전조와 후조를 건국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여서 관중과 포숙이 살았던 BC.685년경으로 찾아가 보기로 하자.

관중은 나라를 지키는 장수였지만 많은 전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싸울 때마다 특별한 것은 지형지물을 이용한 병법과 복병술을 사용한 점이다. 그의 병법은 아무도 흉내를 낼 수 없는 독특한 것이어서 싸우면 승리한다는 놀라운 결과를 남겼다. 그런가 하면 안목이 뛰어나서 싸우지 않고 항복할 수 있도록 책략을 써서 이기기도 하였다.

제갈량에게 남만정벌이 있었다면 관중에게는 산융정벌이 있었다. 제나라의 위쪽엔 연나라가 있었고 연나라 북동쪽엔 산융부족이 있었다. 제환공은 산융부족을 정복하지 않고는 패자가 될 수 없었다. 이때 관중의 계책을 잘 써서 패자로 군림하는데 그 과정에 우방국인 연나라가 산융부족에게 엄청난 고난을 받고 있었다.

그때 제나라는 연나라를 도와 산융을 치려가면 산융부족은 산으로 도망가서 숨어버렸다. 그러나 제나라가 전쟁에서 손을 때고 철군하면 다시 쳐들어 올 기세를 보였다.

이에 관중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산융족의 씨를 말려버리려고 생각했다. 당시로는 대군을 이끌고 산을 넘기란 정말 힘든 일인데 산해관을 넘기로 작정했다. 험한 산해관을 넘다보니 병사들이 지쳐 넘어졌다. 이에 관중은 군사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해서 피곤을 줄이고 산을 불태워 길을 편하게 해서 산해관을 넘을 수 있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