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대전시민대학 유머달인 강사

2020년 2월 9일 아카데미 시상식장은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 한마디 한마디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모두가 웃음보를 최대한 부풀리고 있었다는 듯 봉 감독의 “1인치 장벽을 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텍사스 전기톱으로 이 트로피를 5등분하고 싶다” 등 수상 소감을 듣자마자 일제히 웃음보를 터트렸다.

봉 감독의 소감을 멋지게 전한 최성재 통역사 덕도 있지만 이것을 듣고 바로 웃어주는 참여자들의 높은 유머 감각이 돋보였다. 이처럼 유머는 청중이, 듣는 사람이 함께 웃을 때 완성된다. 봉 감독의 유머러스한 수상 소감은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듣는 사람들이 제때 어깨까지 들썩이며 파안대소할 때 유머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영화 ‘기생충’을 블랙코미디라고 지칭하듯 이 영화는 곳곳이 유머로 중무장을 하고 있다. 기생충은 양극화라는 넘어서기 어려운 웃픈 현실에 대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그렇지만 곳곳에 잘 배치된 유머는 이런 현실을 웃으면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을 기념해 제정한 ‘마크 트웨인 유머상’까지 수상했다. “유쾌하게 살자, 그래야 삶이 적막하지 않다”, “정치가들은 기저귀와 같다. 자주 갈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유머는 기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슬픔에서 나온다. 그래서 천국에는 유머가 없다”, “침대는 가장 위험한 장소이다.

왜냐하면 80% 이상의 사람들이 그곳에서 죽는다”, “금연만큼 쉬운 일은 없다. 나는 매일 끊어 와서 수백 번도 더 끊었다”고 마크 트웨인은 말한다. 유머는 들어주고, 환하게 웃어줄 때 유머이다. 듣고 웃었다고 해도 뒷맛이 씁쓸한 비난, 조롱 등은 유머가 될 수 없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