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섭 대전제일고 배움터지킴이

[금강일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정부와 지자체, 전국의 의료진들이 밤을 지새워가며 코로나19 퇴치에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쉽게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 정부와 온 국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언론에 보도되는 이름 없는 기부천사들의 미담과 마스크 대란으로 줄을 서면서도 해당일이 아닌 날 약국을 찾아온 어느 할머니에게 자기 마스크를 선뜻 건네거나, 아이를 업고 줄을 서 있는 아주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한 사연 등은 아직 우리에게 아름다운 희망이 있음을 전해준다.

어느 날 한 전통시장에서 노부부가 운영하는 조그마한 분식집을 찾아 점심을 먹게 됐다. 그 분식점은 할아버지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할머니가 서빙을 하면서 다른 식당보다 절반가량 저렴한 착한 가격에 손님들에게 음식을 제공해 가끔 찾는 곳인데 그날은 출입문에 들어서자마자 벽에 붙어 있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식사비는 선불입니다.’

필자는 한편으로 야박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무슨 사연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할머니에게 넌지시 사연을 들어봤다. 사연인즉, 2월 중순 어느 날 20·30대 청년 4~5명이 몰려와 음식을 시켜 먹고 화장실과 담배를 피운다면서 밖으로 들락날락하더니 다른 손님 시중을 듣는 틈을 타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쳐 버렸단다. 그래서 정성껏 제공한 5만 원 정도의 밥값을 못 받게 됐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손님도 크게 줄고 어려운 시기에 노부부가 호구지책으로 운영하는 영세한 식당에서 황당한 일을 겪은 후 ‘식사비는 선불입니다’라는 문구를 붙이게 됐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씁쓸해졌다.

완연한 봄볕과 함께 꽃들이 만개하는, 즐겁고 행복해야 할 계절에 코로나19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조금만 더 힘내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 양보하는 사회, 이웃과 함께하는 후덕한 나눔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길 기대하면서 오늘도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진과 간호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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