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사유담 협동조합 이사

이케아는 길이 측정용 연필을 한국 점포에서 포기했고, 코스트코는 무한 양파 서비스를 접었습니다. 나는 그것이 참 부끄러웠습니다. 나라의 수준은 경제지표로만 보지 않습니다. 국민의 수준을 봅니다. 한국은 한참 밑이라고 생각했고, 언제나 아직도 멀었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가 달라져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정부는 역사상 가장 투명하고 개방적입니다. 정부는 최선을 다하며 잘못된 것에 사과합니다. 나는 사과하는 정부에 당황스러웠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해서입니다.
보통은 입도 뻥끗 안 하다가 운없게 들통나면 울며 겨자먹기로 ‘나만 그랬냐’는 둥, ‘나랏일이 그렇다’는 둥 변명을 늘어놨었기에 대국민 발언에는 사실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달라졌습니다. 어느날은 국민들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정부에 괜찮다고 다독이기도 합니다. 이것도 너무나 어색합니다. 이게 정말 우리나라인가요?
언제 우리가 정부에게 이렇게 존중받는 존재였나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정부의 말에 따라 손을 잡고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아이들을 떠나보내지 않았습니까. 나는 요즘 이 나라가 점차 가치롭게 느껴집니다. 잘해서가 아니라 노력하는 나라가 나는 뭉클합니다.
요즘 같아선 소위 잘나가는 선진국보다 우리가 훨씬 수준있고 우아합니다. 선진국이 멀지 않았나 봅니다. 어쩌면 이미 선진국이었나 봅니다. 코로나19로 가장 힘들다는 대구에서 혼란은커녕 나눔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나는 내 자식에게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가치로운 나라를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꿈꾸던 독립된 나라에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내가 원하는 우리 민족의 사업은 결코 세계를 무력으로 정복하거나 경제력으로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오늘은 우리의 한 발밖에 안되는 총알을 사용하러 가는 날입니다. 애국자는 정부와 싸워야 합니다. 옳으면 옳다고, 그르면 그르다고 정확하게 말하는 우리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부가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에게 있으니 우리 한번 권력을 가열차게 휘두르러 가봅시다. 정치를 외면한 대가로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을 경험했다면 더욱 총알을 가치있게 사용해봅시다. 우리는 또 잘 견뎌낼 것입니다. 사람이 위대한 건 위기조차도 기회로 바꾸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