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건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2017년 9월 30일,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실종됐다. 밤늦도록 딸이 돌아오지 않자, 부모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탐문수사에 나섰던 경찰은 10월 5일 이영학을 서울 자택 인근서 범인으로 체포했다. 이후 실종된 학생은 강원도 영월군의 한 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이른바 어금니 아빠 살인 사건이다.
어금니아빠는 2006년 '거대 백악종'으로 어금니만 남은 상태에서도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딸을 극진히 아끼는 아빠로 방송을 통해 소개됐다.

'거대 백악종'은 치아와 뼈 사이에 악성 종양이 자라는 희소병으로, 방송을 본 많은 이들은 부녀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고 후원이 이어졌다. 2007년엔 부녀의 사연을 담은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해 '어금니아빠'라고 불리게 됐다. 또한 그는 거대백악종 외에도 간질, 치매 등 부수적인 타 질환들을 앓고 있어 사실상 시한부 인생이므로 살아있을 때 자녀를 돌봐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아내 최미선 씨, 그리고 자신과 같은 거대백악종을 앓고 있는 딸 이 양에 대한 이야기 덕분에, 이 당시만 해도 희소 난치병 때문에 어렵게 살아도 꿋꿋하게 이겨내는,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로 여겨졌었다.
-이영학의 살인-
2017년 10월 이영학은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다. 전날인 9월 30일 밤 한 여중생이 친구(이영학의 딸)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귀가하지 않자 가족들이 서울 중랑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경찰 수사 결과 실종된 여중생은 망우동에 있는 친구 집에 간 뒤 친구가 건넨 음료수를 마신 뒤 정신을 잃었다. 수면제가 든 이 음료수는 친구의 아버지(이영학)가 딸에게 준 것이었다. 다음날 친구의 아버지가 수건 등을 이용해 이 여중생의 입을 막은 뒤 목을 조른 것이다.
이영학은 여중생의 사체를 집에 있던 여행용 가방에 넣은 뒤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10월 1일 낮 딸과 함께 강원 영월군에 있는 한 야산으로 옮긴 뒤 버렸다.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뒤인 CCTV 수사 등을 통해 10월 5일 오전 10시24분쯤 살인사건 주범 이영학과 딸을 자택인 서울 도봉구 도봉동 빌라에서 검거했다.
이렇게 이영학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세상은 경악하게 됐다.

경찰 수사 결과 이영학은 딸과 함께 숨진 피해자를 집으로 유인할 것을 공모했고 전날 수면제를 넣은 음료수 병을 냉장고에 넣어 두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이영학의 딸 역시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숨진 피해자에게 “집에서 영화를 보자”며 유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해 10월 10일 "피해자 혈액 약물감정 결과 수면제 성분이 확인됐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구두로 회신했다"고 밝혔다. 앞서 피해 여중생 시신 부검에서는 끈과 같은 도구로 목이 졸려 숨진 타살 정황이 발견됐다. 또 경찰은 이영학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로 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017년 10월 12일 장경석 수사부장을 위원장으로 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는 살인 등 강력범죄 발생률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고, 연쇄살인·아동 성폭행 등 반인륜적 범죄가 잇따르는 점을 고려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해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를 2010년 4월 시행했다.경찰은 수사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관할 지방경찰청이 경찰 내·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열어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재판부의 판결-

이영학은 2018년 열린 1심 공판에서 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영학에게 이 같은 판결을 선고했다.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가 입었을 고통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며 "이영학에 대해 모든 사정을 고려하고 준엄한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이영학의 범행은 어떤 처벌로도 위로할 수도, 회복할 수도 없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왔고, 이영학에게서 피해자를 향한 반성이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재판에서도 수사 기관을 비판하는 등의 행동을 볼 때 이영학에게 교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더욱 잔인하고 변태적인 범행을 저지르기 충분해 보인다"며 "가석방이나 사면을 제외한 절대적 종신형이 없는 상태에서 무기징역은 사형을 대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버지의 범행을 도운 혐의(미성년자 유인, 사체유기)로 함께 구속기소 된 이영학의 딸(15)은 장기 6년에 단기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양은 친구가 이영학에게 성적 학대를 당할 것을 알고도 유인하고 수면제를 건네 잠들게 했다. 책임이 비할 데 없이 크다"로 지적했다.
이후 이영학은 그해 9월에 열린 2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김우수 부장판사)는 6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지만, 교화 가능성을 부정하며 사형에 처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원심이 선고한 사형은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이영학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딸(15)에 대해서는 1심의 장기 6년·단기 4년형을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