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공주 주재기자

이건용 <공주 주재>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Great power always comes with great responsibility)" 영화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대사다. 벤 삼촌이 정체성 고민에 빠진 피터에게 마지막으로 해준 말이다.

주민소환 대상이 된 김정섭 공주시장이 새겨야 할 말이다. 적어도 11만 시민의 대표가 되겠노라고 선언한 순간부터 단 한 시민의 목소리로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설령 그것이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사안일지라도.

김 시장을 지지하던 지지하지 않던 모두가 공주시민이기 때문이고, 모두가 김 시장이 끌어안아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자식이 못생겼다고, 말썽 피운다고, 말 안 듣는다고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지금 주민소환 대상이 된 김 시장의 처지가 녹록지 않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곱씹어볼 일이다. 새벽잠을 쫓아가며 2년을 열심히 달려온 보답이 이것 밖에 안 되나 하는 자괴감에 허탈할 수도 있다. 서운함과 괘씸함, 배신감도 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누구도 아닌 자신에 의해 비롯됐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힘들다. 자신의 불찰에서 비롯됐다는 자성의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주민소환에 붙인 5가지 이유 모두 오롯이 김 시장의 몫이다. 내 책임이 아니다. 나는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김 시장이 간과해서는 안 될 불편한 진실이 또 하나 있다. 소통의 진정한 목적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진정한 소통이다. 많은 시민들이 이 부분에 목말라하고 있다.

100인 시민소통위원회의 백제문화제 격년개최 반대 목소리와 의회의 매년 개최 결의안 채택이 무얼 말함인지, 공주보 부분해체를 반대하는 시민이 10명 중 7명꼴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공주발전의 백년대계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이해를 시켜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설득과정이 서툴렀기 때문에 오늘의 불상사가 초래됐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설득과정도 부족했고, 감성적 설득과정은 더더욱 부족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소통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달라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김 시장 주민소환 움직임은 코로나19 지친 시민들의 피로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주민소환 투표 서명 돌입 한 달여 벌써 8000명을 넘어섰다는 말이 들리면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정책적 자충수에 이어 서울의 집 2채 파문까지 가세해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 추세라면 전체 유권자의 15%(1만 3920명)를 넘겨 직무정지까지 우려된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도 팔짱만 끼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혹여 본질을 애써 외면하고, 상황파악에 서툴러 낭패를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지금의 사태를 ‘흠집 내기’ 쯤으로 매도하고, “어련 하겠어”, “해봤자 별거 있겠어"라며 업신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과 끌어내리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다. 주민 간 갈등의 골을 키운다는 점에서 주민소환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함부로 모욕하고, 조롱하고, 폄훼할 성질은 아니다. 주민소환은 보다 적극적인 주권행사로 민주주의의 발로라는 점에서.

더구나 김 시장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언제든 철회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명분만 주어진다면. 그런데도 명분은 고사하고 자존심을 운운하고 심지어 굴욕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대화를 거부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다.

‘주민소환도시’, ‘갈등도시’라는 오명과 함께 7억 원에 가까운 혈세낭비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겨운 시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있다. 이 책임에서 김 시장이 자유로울 순 없다.

“명심해요, 모래알이든 바윗덩이든 물에 갈라 앉기는 마찬가지예요.” 영화 ‘올드보이’의 한 대사다. 사안의 경중을 떠나 본질에 대한 문제제기다. 지금 시민들은 묻고 있다. 뭣이 중헌디? 자존심이 먼저인지, 시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것이 먼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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