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일 정치부장

[금강일보 최일 기자] 다급해서 내놓은 해명이겠지만 대전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운한 감정, 왠지 모를 배신감을 감출 수가 없다. “강남에서 40년간 실거주를 했다”라는 그분의 말씀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자당 의원들의 ‘실제 거주 목적 외 주택 처분 서약’을 공개하지 않고 이행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면서 대전 서구갑이 지역구인 6선의 박병석 국회의장(현재는 국회법상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을 언급, “서울 서초구와 대전 서구에 아파트 2채를 소유하고 있고, 2016년부터 올해까지 시세를 비교하니 4년간 23억 8350만 원(35억 6400만→59억 4750만 원)이 올랐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국회의장실은 즉각 해명 자료를 내고 “경실련이 주장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박 의장은 1가구 1주택자”라며 “서울 서초구 아파트의 경우 (중앙일보) 기자 때부터 소유해 만 40년간 실거주를 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현재 재개발에 따른 관리처분기간 중이어서 3년 간 매매가 불가능하다. 대전 서구에선 월세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장으로선 자신의 실거주지가 강남이고, 대전 서구에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 않음을 강조해 실제 거주 목적 외 주택을 처분하겠다는 서약을 그대로 이행했음을 알아달라는 해명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해명대로라면 박 의장은 대전 서구에 거주하지도 않았으면서 2000년 16대 총선부터 올해 21대 총선까지 서구갑 지역구에서 내리 6선을 한 셈이 된다.

이에 대해 박 의장실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서울에 살면서 대전에 출마한다’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어 서구 정림동에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이번 총선 직후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가 해명을 곱씹어 보면 결국 대전에선 ‘선거용 위장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말이 되고, 고민할 필요도 없이 강남 아파트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저가의 대전 아파트를 처분(매각한 것이 아니고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확인됨)했다는 해명이 된다. 또 필생의 숙원이던 국회의장에까지 오른 마당에 더는 서구갑에 부동산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해명으로 들려 영 개운치가 않다.

물론 국회의원은 지역의 대표이면서 국정을 다루는 국민의 대표이고, 출마 지역구에 꼭 주소지를 둬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사유 재산에 관해 저간의 사정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매도를 하는 것도 마녀사냥식의 여론몰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충청권 사상 첫 내리 6선, 무려 24년간 대전 서구갑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다신 분의 ‘솔직한’(?) 해명은 그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지역 유권자들의 가슴 한 편을 아리게 하고 있다. 선거기간 자신을 둘러싼 부동산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근거 없는 네거티브”라고 일축해 온 박 의장의 해명치곤 참으로 단호하고 야속하다. ‘이제는 볼짱 다 봤다’는 식의 그분의 언행이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나’는 격언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면 당연히 대전을 떠나 강남에서 살 것임을 일찌감치 예고한 듯한 전국 최다선 의원의 차가운 말 한마디에 마음이 헛헛해지고, 성난 지역의 한 유권자가 보내온 메시지(‘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이시종 충북지사에 이어 이젠 국회의장마저 충청을 버리고 강남을 선택했다. 보수꼴통들의 적폐를 비난하면서 도덕성을 입에 달고 다니는 자들이 하는 짓이란 게….’)에 쓴웃음이 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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