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 책자 외의 이야기와 슈미츠의 저서 <참회 책자들>

 

참회 책자에는 나오진 않지만 예외적인 얘기를 언급해 보면, 서유럽에서는 오랫동안 수태가 생리 동안에도 가능하다고 믿었다고 사학자인 겔리스 교수가 언급했고, 그는 모반, 사마귀나 주근깨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면 아이엄마가 생리 기간 중에 부부관계를 가져서 임신했다는 증거로 간주했단다.

특히 빨간 머리털을 가진 아이들은 늘 부정적인 대우를 받았다. 그 이유는 이들 부모가 부부생활 금지 날을 염두에 두지 않고 부부관계를 가져서 빨간 머리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겔리스 교수가 언급했다. 당시의 중세의 교회에서는 주일 날, 축일 날 등등 부부생활 금지를 교회에서 하달하던 시대였다 보니, 이렇게 어긴 규정 때문에 빨간 머리털을 가지게 되었다고 아예 못을 박아 버린 경우일 것이다. 이런 연유로 빨간 머리로 태어난 아이들은 아이들 사이에서도 늘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여기도 참 많은 설들이 있지만 지면 관계로 여기서 접는다.

지금까지 좀 지겨울 정도로 비슷비슷한 내용의 참회책자들을 들여다 보았다. 사실 랑케-하이네만 교수가 언급 부분도 상당한데,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1883년에 슈미츠(H.J. Schmitz) 의 '참회 책자들'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보았더니, 자그마치 227쪽에서 832쪽까지 여러 종류의 벌 내지는 속죄의 방편을 소개하였다. 그만큼 당시엔 이런 책자들이 수두룩했다는 뜻이다. 이 논문에는 중간중간에 약간씩 독어로 주석을 달았을 뿐 유감스럽게도 거의 다 라틴어이다 보니 해독이 안 되기에 랑케-하이네만 교수가 풀어 놓은 해석으로 제한한다.

글의 마무리 단계에서 몇 가지의 의문을 던져본다. 어찌 교회에서 개인적인 부부관계까지 간섭을 했단 말인가? 누차 언급했지만, 당시의 사회구조에서는 모든 이들이 그물의 한 올처럼 기독교라는 울타리에 묶여 있을 때였기 때문이고, 교회가 던진 이런 교리에 얽혀서 같이 살지 못한다는 의미는 오늘날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왕따'가 되어 순전히 외톨이로 죄인처럼 살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죽으면 일단 천당에 못 가고 지옥 불구덩이에서 영원히 살아야만 된다는 사실을 의식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보니 철저하게 지킬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이었다.

아주 가까운 예로 어떤 이가 한 무당으로부터 "지금 당장 굿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 집안에 누군가가 곧 죽는다“거나? "곧 사업이 쫄딱 망할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의 반응은 어떠할지? 이런 이미지를 대비시키면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을까? 당시는 부부의 침실까지도 종교의 교리로 지배를 했으니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오늘날도 매스컴의 보도를 보면, 위에서 던진 종교교리를 철저하게 믿고선 지구에서 살아야 할 자기 고유한 권리를 포기하고선, 맹목적으로 종교교주를 추종하는 이들이 더러 있는데, 그리스도종교라는 그물의 한 올로 엉켜 있던 중세인들은 오죽하겠는가. <출처:기독교사상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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