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빚어진 출근대란 시민들 피로감 호소
수재민들, “하늘이 원망스럽다”큰 한 숨

충남 금산 인삼밭 침수 피해 모습. 충남도 제공
대전 서구 코스모스 아파트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작업에 한창이다. 김정섭 기자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이번엔 강풍까지 동반했다. 사상 최장기간의 장마는 태풍을 만나 강력한 비바람을 뿌려댔고 시민들은 또다시 출근대란을 겪으며 큰 피로감을 호소했다. 근래 없던 수해를 입은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 수재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고 농민들은 원망스런 눈초리로 망연자실했다.

6일 강풍이 몰아치며 비가 내리자 출근길이 큰 혼란을 빚었다. 도로 위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 가운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상당했다. 이날 오전 8시 15분 경 반석역 앞 버스정류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쓴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정보 안내판은 야속하게도 ‘지연’을 안내했다.

막 버스에서 내린 시민 김유진(30·여) 씨는 “오늘 출근길은 정말 고됐다. 30분이나 기다려 탄 버스는 빗길로 인한 서행 여파로 가다서다를 반복했다”며 “버스에서 내린 뒤에도 빗물이 가득해 신발이 젖고 지나던 차량이 튕긴 빗물에 옷까지 다 젖었다. 요즘 젖은 옷과 신발을 말리는 게 일상이 됐다”고 불평했다.

아예 승용차 운행을 포기하고 지하철을 이용했다는 김건우(39·대전 유성구) 씨는 “폭우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평소보다 일찍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집 앞에부터 도로가 차로 꽉 막혔다”며 “지각이 불가피해 보여 차를 집에 두고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며 종종걸음을 쳤다.

기상청 예보를 무색케하는 변화무쌍한 장맛비에 딱히 수해를 입지 않은 시민들의 피로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황 모(60·대전 중구) 씨는 “날씨가 하도 오락가락하니까 마음이 뒤숭숭해지고 자주 무기력함을 느끼곤 한다”며 “특히 하고 있는 일이 날씨와 연관돼 있는데 계속해서 비가 오다 그치다를 반복하고 오늘은 강풍까지 부는 통에 화까지 난다”고 하늘을 주시했다.

수마가 입힌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수재민들에겐 하늘이 더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분위기다. 오전 10시 경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를 찾았다. 일부 수재민들은 잠시 비가 소강 상태를 보이자 침수됐던 세간살이를 꺼내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자원봉사자 등의 수고 덕분에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곤 있지만 갑작스럽게 당한 수해 불안감까지는 어쩔 수 없어 보였다.

여전히 만신창이인 집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강 모(63) 씨는 “아침에 내린 비를 보고 깜짝 놀라 급하게 달려왔다.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애써 주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며 “하지만 복구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무심한 비는 계속 내리고 바람까지 강하게 부니 왜 이런 시련이 계속되나 원통한 마음이 든다”고 장탄식했다.

충남지역 피해도 계속됐다.

금산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배연식 씨는 “오늘 아침 내린 폭우로 토사가 농작물을 덮쳐 피해를 입었다. 토사는 비닐하우스까지 삼켜버렸다”며 “요즘 날씨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올해 수확은 물 건너 간 것 같다. 또 언제 복구해야 할지 눈 앞이 깜깜하다”고 한탄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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