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석 연휴 고향 방문 자제 당부
전염병 기승에 귀성 두고 집안 갈등도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1. 김정숙(81·대전 서구 도안동) 할머니는 전국 각지에 사는 자식들에게 올 추석연휴에는 오지 말라고 연락했다.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전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동 중 ‘혹시나’ 싶은 걱정에서다.

김 할머니는 “하도 심각하다고 하길래 내가 먼저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명절에 자식들을 못 본다고 생각하니 내심 아쉽지만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하는 게 상책인 것 같다”고 애써 태연해했다.

#2. 대구가 고향인 오정은(33·여·중구 산성동) 씨는 올 추석엔 귀성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오 씨 입장에선 다른 선택지가 없다.

오 씨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부모님께 ‘내려가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동의하셨다. 부모님과 같이 사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도 미리 안부 인사를 드렸더니 ‘괜찮다. 네 건강이나 신경써라’고 말씀하셔서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민족 대이동’에 큰 변화가 예고 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전되지 않는다면 올 추석 명절 민족 대이동은 크게 줄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까지 나서 추석 연휴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하다 보니 귀성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는 양상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일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고향에 계시는 연로한 부모님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아쉽고 안타깝지만 이번 명절에는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과 친지분들의 안전을 위해 방문을 자제하고 집에서 쉬기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그래도 명절은 명절인 법. 감염 우려가 찜찜한 것은 맞지만 모여야 한다는 축과 올해는 건너 뛰자는 축이 맞서며 곳곳에서 집안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정 모(48·중구 문화동) 씨는 “우리 집이 큰집이라 명절 때마다 십 수명의 친척들이 모여 자고 가는데 어른들께서 올해도 똑같이 하신다고 하길래 예의에 어긋나지만 화를 냈다”며 “어르신들의 심정은 이해하나 가족 중 질병에 취약한 임산부와 노인들이 적잖은데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아닌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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