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일 공주대 산림자원학과 부교수

 
서정일 공주대학교 산림자원학과 부교수

2020년은 세월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한 해일 것 같다. 연초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전 국민이 마스크 전쟁을 치르더니 역대 가장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수해 피해가 속출했다. 또 장마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제8호 태풍 ‘바비’를 시작으로 제10호 태풍 `하이선'까지 3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찾아 우리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길었던 장마 기간 경기 안성, 충남 아산, 전북 장수 등 전국에서 산사태로 안타까운 피해가 발생했다. 산사태는 폭우로 토양 중에 물이 가득 차 토양 입자의 결속력이 떨어져 균형을 잃을 때 발생하게 되는데, 중부지방 기준 역대 최장 장마 기간(54일) 동안 기록적 강우량(851.7㎜)으로 전국 어느 산지라도 산사태 위험에 놓여있었다.

산사태는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산불과는 전혀 달라 산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산사태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사방사업을 시행하는 ‘구조적 대책’이나 산사태취약지역 지정·관리 등의 ‘비구조적 대책’이 중요하다 할 수 있는데, 마침 내년 정부 예산안이 발표돼 살펴봤다.

사방댐 설치는 구조적 대책의 핵심이다. 사방댐은 산에서 내려오는 유해한 토사 이동을 차단·조절해 산사태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이번 집중호우 기간에도 사방댐 설치지역에서는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산림청의 내년 정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올해에 296기였던 사방댐 물량이 내년에는 320기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는데, 비록 많은 물량은 아니지만, 오는 2014년 이후로 매년 감소하던 예산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산사태 관련 내년 정부 예산안 중 특징적인 부분은 산사태 발생 우려 지역 조사 물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산사태 발생 우려 지역 조사는 산사태취약지역 지정을 위한 것으로 산림청장이 기초조사를, 지방산사태예방기관의 장(지자체·지방산림청)이 실태조사를 하게 돼 있다. 기초조사의 경우 올해 5000개소에서 2021년 1만 8000개소로 늘어났으며, 기초조사의 결과에 따라 이뤄지는 실태조사는 900개소가 신규 반영돼, 제도권 외 산사태 발생 우려 지역을 제도권 내로 편입시켜 산사태 재난 안전망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앞으로 어쩌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집중호우가 연례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산사태 예방 관련 예산 확대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이를 계기로 조금이라도 위험한 곳은 사방사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산사태취약지역 지정 확대와 동시에 해당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행동 요령을 주지시키는 등 산사태 예방 관련 제도의 조기 정착을 꾀해 산사태로부터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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