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돌아왔다. 평소 만나지 못 했던, 연락도 안 했던 가족 모두가 모이는 날. 연휴지만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잔소리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 이럴 때만 되면 전장에 나가 칼바람에 옷이 찢기고 정신승리를 속으로 외치면서 어떻게든 겨우겨우 방어를 한다. 본인들은 '조언'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에겐 '지청구'와 '간섭'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고통스럽다. 이에 소개한다. 잔소리를 한방에 퇴치할 수 있는 법

 

이름하여 '명절 잔소리 메뉴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잔소리 할 거면 돈 주고 하세요." 자본주의에 찌들대로 찌든 사람들을 위해 메뉴판이 등장했다.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성인들은 용돈은 개뿔 어린 조카들이 달려들면서 오히려 돈을 뺏기게 생긴 지금, 어차피 잔소리 듣고 돈만 나갈 거 돈 받고 듣자. 

명절 잔소리 메뉴판 Vol. 1

코로나19로 인해서 미뤄진 수능으로 인해 수험생들에게 던지는 관심이 과도해지고 있다. 모의고사 등급 및 지원 희망 대학은 '프라이벳'한 거라구요... 묻지 마세요... 알아서 잘 할텐데... 싶은 학생들. 당당하게 돈 받읍시다. 모의고사 이야기 1번에 5만 원, 희망 대학 역시 5만 원. 코로나19 때문에 힘드니까 누적될 수록 금액을 높여 받자. 

 

그 이후의 삶은 평탄할까? 절대 아니다. 내가 가족에서 최고참이 아닌 이상 잔소리를 안 들을 수가 없다. 애인이나 살 쪘다 등 사생활과 관련된 질문엔 10만 원, 대학 및 대학원 재학생들은 졸업 관련 잔소리에 시달린다. 나이든 만큼 더 받자. 10만 원 받고 5만 원 더. 15만 원 받자. 졸업 이후엔 뭐가 있는가. 이번엔 취업이다. 나이 먹으면 잔소리에서 벗어날 것 같지만 절대 아니다. 나보다 나이 많은 가족들이 천지다. 취업까지는 일단 15만 원 같이 가자. 힘들게 힘들게 회사 들어갔는데 이번엔 연봉을 묻는다. "알아서 뭐 하시게요... 얼마 못 받아요... 용돈 주세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제로 속마음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위아래 없는 또라이 취급을 받을 것이다. 회사 관련 질문은 20만 원. 

 

이제 대망의 결혼이 남았다. 결혼 문제도 듣기 힘들지만 거기에는 항상 나이가 따라온다. 몸서리칠 정도로 인사하는 친척마다 다 물어본다. 돈 더 올리자. 30만 원. 결혼하면 잔소리 안 들을 것 같지? 아이 문제가 돌아온다. 부부 사생활 관련 질문이 오가면 스스로도 스스로지만 남편이나 아내까지도 눈치를 봐야만 한다. 50만 원 가자. 

 

애 낳으면 끝날 것 같지? 전혀. 우리 희망고문 하지 말자. 그럴 일 없다. 

 

명절 잔소리 메뉴판 Vol. 2

 

아기 용품부터 시작하자. 천기저귀. 공갈 젖꼭지에 이유식까지 모든 게 잔소리 대상이다. 이쯤되면 신기해지기 시작한다. 온갖 것에서 한 마디 할 걸 속속 찾아낸다. 그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모유수유로 넘어가자. 모유수유 하려면 몸도 커리어도 나가리다. 나를 위한 최소 금액부터 가자. 10만 원 묻는다. 일하느라 죽겠는데 직접 보란다. (응 커리어 안녕 ^~^) 웃으면서 20만 원 요구하자. 하나도 힘든데 더 낳으라네? 25만 원 간다. 딸이든 아들이든 힘든 건 똑같다. 근데 자꾸 더 낳으라고 말을 말을 그렇게 해놓고 정말 많이 낳으면 어떻게 감당하냐고 또 한 소리 한다. 아이들 머리 수에 따라 받자. 보통 3명부터 많이 낳았다고 하니 최소 30만 원부터 시작이다. 

 

지금까지 명절 잔소리 금액에 대해 알아봤다. 콜센터 직원이 얼마나 괴로운지 알겠다. 감정노동한 대가는 받자구요 우리.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상담사도 이야기 들어주고 돈을 그렇게 받는데. 잔소리를 함으로써 '아 내가 꿀팁을 줘야겠다"라고 생각하시는 '으른'들은 아웃. 이것도 서비스다. 고생했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금액 더 부르고 싶었어도 디씨한 거다. 가뜩이나 코로나19 때문에 사정도 안 좋은데 단기 투잡이라고 생각하고 해보자. 마음은 상처입어도 통장만큼은 그러지 말자.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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