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돌아온 추석, 코로나19의 맹공에 겁을 집어먹고 집안에 콕 박혀있는 것보다 드넓은 바다를 보러가는 건 어떨까? 충남 태안 어귀 한 바닷가, ‘()’라는 이름에 무색하게 많은 운전자들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 있다. 바로 신진도다. 대전에서 약 두 시간을 달려 태안 읍내에 가까워지다 보면 어느덧 작은 도로 이정표에 신진도리라는 글귀가 보인다. 이 곳에서 다시 20~30분 정도를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신진대교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신진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신진도는 신진대교를 건너면 들어갈 수 있는 섬 아닌 섬으로 각종 수산물은 물론 '바닷속 경주'라 불릴 정도로 많은 해저 유물이 발굴된 마도해역과 서해 일몰이 장관을 이룬다. 지난 1993년 신진대교가 생기기 전까지는 태안반도 끝 작은 섬이었지만 19969월 신진도, 부억도, 마도를 합쳐 안흥외항이라는 명칭을 갖게 됐다. 이 중 마도방파제 주변은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일명 포인트로 저명하다.

신진도에서 마도로 넘어가는 연도교 앞바다 모습.

 

지난 3일 우리 일행은 신진항을 지나 신진도 최고봉 후망봉(132M)이 한눈에 들어오는 마도의 한 해변에 도착, 차박 준비를 끝마친 뒤 서둘러 야간 낚시에 돌입했다. 물때도 한창 밀물이 진행 중인 시간대라 내심 기대감에 부푼 것도 잠시 세 개의 섬으로 둘러싸인 연안에서는 큰 사이즈 어종의 손맛이 뜸해 다소 아쉬운 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역시 물고기들의 활성도가 가장 높은 계절은 가을이라고 했던가. 대략 5~10분 간격으로 잔챙이들의 입질이 들어와 소소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우리 일행의 조력(낚시 숙련도)이 짧아 놓친 물고기가 더 많았던 건 비밀이지만 말이다. 각설하고 첫 캐스팅 후 약 2시간 동안 얻은 조과는 20cm 망둑어 2마리와 30cm 이상 우럭 2마리, 노래미 등이다.

신진도의 묘미는 아기자기함과 바쁜 일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낚시에 한창 정신이 팔리다 보니 찾아온 이튿날 새벽, 박명이 깔린 신진도항을 바라보면 조업준비를 서두르는 어선들의 불빛이 장관을 이룬다. 바쁘게 사는 어부들의 삶이 약하게나마 전해진다. 이와 함께 그 뒤로 보이는 후망봉과 방파제는 작은 항구에 몽환적인 광경을 더한다.

마도에서 바라본 신진항과 후망봉

 

 

바쁜 일상 속 금쪽같은 연휴, 어촌의 삶과 풍경을 통해 짧게나마 힐링 할 수 있는 신진도로 떠나자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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