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0건 중 허위신고 수두룩
다급해도 위치 등 정확히 알려줘야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범죄로부터 노출돼 있을 때 우리나라 국민들은 본능적으로 전화번호 ‘112’를 누른다. 촌각을 다투는 절체절명의 상황은 그렇게 112 상황실로 취합돼 지구대로, 파출소로 타전된다. 112는 생명선인 셈이다. 24시간 불철주야 꺼지는 법이 없는 112 상황실의 365일은 그래서 태생적으로 긴박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고단한 하루를 보내는 그들에게 허위신고를 일삼는 ‘못된 손’ 은 공공의 적이다. 너무 다급한 나머지 무작정 경찰만 찾는 전화도 그들의 애를 새까맣게 태우곤 한다. 특히 허위신고는 치안공백을 초래해 자칫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위중한 범죄행위임에도 끊이질 않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천안을)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전에서 발생한 112 허위신고는 지난해 78건, 올들어 8월 현재 벌써 75건이다.
11월 2일은 112 범죄신고의 날이다. 눈썰미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11월 2일의 112를 딴 것이다. 지난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국민들의 112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12신고 활성화는 권장할 만한 일이지만 문제는 취지가 오염되곤 한다는 점이다. “우리 상황실에만 하루 1000건 이상의 신고가 접수된다. 이를 10명 남짓이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한 대전경찰청 112종합상황실 소속 김동현 경사로부터 허위신고 폐해의 심각성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허위신고로 인해 전화대기 상태가 돼 정작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의 신고를 접수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게 일어날 것”이라며 “일단 신고를 받는 순간 경찰력이 투입된다. 허위신고로 귀결되면 그 만큼 치안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고 엉뚱한 곳에서 예기치 못한 희생양이 발생하는 불상사가 빚어진다”고 간곡하게 자제를 당부했다.
‘호랑이에게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아무리 긴급하더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게 경찰의 또 다른 당부다. 당황해서 정확한 위치와 현 상황 등은 말하지 않은 채 경찰만 찾는 시민들이 적잖아서다. 이럴 경우 출동 시간이 늦어져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김 경사는 “시민들은 하루 신고 건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아신다. 더욱이 영화나 드라마처럼 경찰들이 무작정 GPS 위치추적으로 현장에 ‘짠’하고 당도하는 줄 착각하는 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구체적이고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시고 정확한 위치를 모르실 땐 주변 도로 표지판이나 큰 건물명, 잘 보이는 간판명 등을 가르쳐 주시며 현 상황을 알려주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호한 한 마디를 남겼다. 김 경사는 “112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면서 ‘경찰관들 입장에서 신고는 당연한 것이지만 신고자에게는 단 한번뿐인 인생일 수도 있다’라는 좌우명을 가슴에 새기면서 임한다”며 “허위신고는 지역사회의 치안공백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그 피해가 고스란히 타인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돌아간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거듭 당부했다.
한편, 112 허위신고는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6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 처분하고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목적일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