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출범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금강일보 최일 기자]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로는 거여(巨與)의 힘을 막을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자 검찰개혁의 상징인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개정안이 10일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등으로 무난히(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된 핵심 내용은 7명으로 구성되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기존 6명에서 3분의 2인 5명으로 완화, 야당 측 위원 2명의 거부권을 무력화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연내 출범을 위해 법 개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밀어붙였고, 국민의힘은 법률에 마련됐던 최소한의 제어 장치마저 사라졌다며 무기력에 허탈해 했다.

지난해 말 민주당은 군소야당과의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를 통해 ‘7명 중 6명’ 정족수 규정을 마련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로 법을 제정했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를 손질했다. 올 4월 치러진 21대 총선을 통해 원내교섭단체가 3개에서 2개로 줄었고,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을 모두 가져간 국민의힘의 비협조로 공수처 출범이 지연되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비토권 보장’을 명분으로 민주당에서 지난해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해 놓고는 말을 뒤집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지난 7월 15일 공수처법 시행 후 5개월이 지나도록 국민의힘이 발목잡기로 일관하는 현재와 같은 구조에선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개정법에는 추천위 절차 지연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국회의장이 요청한 지 10일 안에 교섭단체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을 경우 의장이 직권으로 한국법학교수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위촉할 수 있도록 했다. 야당이 위원 선정부터 보이콧해 추천위 구성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공수처 검사의 요건 역시 완화된다. 기존 규정은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한 자로서 재판·수사·조사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명시했지만, 변호사 자격 보유기간은 7년으로 낮아졌고 재판·수사·조사 실무 경력 부분은 아예 삭제됐다.

민주당은 법조계에 기존 요건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며 불가피하게 문턱을 낮췄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등 정권에 우호적인 법조인으로 공수처가 채워지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극한 갈등을 빚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1호 수사 대상이 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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