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숲가꾸기 결실시민 참여가 더 큰 숲 일군다

침엽수 인공림 숲가꾸기 후 모습(하층식생 생육왕성). 산림청 제공
침엽수 인공림 숲가꾸기 후 모습(하층식생 생육왕성). 산림청 제공

[금강일보 곽진성 기자] 산림이 우리나라의 갈수(渴水) 문제를 해결해 줄 주요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그 원천이 되는 숲 가꾸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숲 가꾸기를 통해 연간 50여 억 톤의 수원 함양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인데, 지속적인 숲 가꾸기를 위해서는 산림청을 비롯한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노력과 더불어 국민의 적극적 참여 등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당부가 나온다.

◆녹색댐 원천 ‘숲가꾸기’, 57억 톤 수원 함양 효과

녹색댐은 산림이 인공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산림이 인공댐과 같이 빗물을 머금었다가 서서히 흘려보내는 기능을 한다는 뜻을 담은 녹색댐은 크게 홍수조절 기능, 갈수완화 기능, 수질정화 기능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녹색댐의 물 저장능력은 연간 192억 톤 상당으로 추정된다. 소양강댐 저수량이 19억 톤, 충주댐 저수량이 18억 톤, 임하댐 저수량이 4억 톤 상당인 것을 감안하면, 산림의 저장 능력은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특히 자연 파괴 없는 천연 보고(寶庫)라는 점에서 그 가치와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지난 1992년 산림의 공익적 기능 계량화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의 총 수원함양량은 약 180억 톤이다. 이 분석 자료를 기준으로 임상별 임령 증가와 침엽수 인공림의 시업에 따른 수원함양량 증가분, 임도 개설 및 산지전용에 따른 감소분을 적용한 결과 192억 톤이라는 추정치가 나왔다. 산림의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해 숲 가꾸기가 절실하다는 현장의 역설(力說)을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다. 숲가꾸기를 잘 하면 연간 57억 톤의 수원함양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탠다.

숲가꾸기란 인공 조림지나 천연림이 건강하고 우량하게 자랄 수 있도록 숲의 연령에 따라 솎아베기 등과 같이 숲을 가꾸고 키우는 사업을 일컫는다. 어린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풀베기 등 조림지 사후관리를 하고 있으며, 입목의 성장에 따른 생육공간 확보를 위한 솎아베기, 가지치기 등을 하고 있다. 녹색댐 관리를 위해서는 숲가꾸기를 통한 침엽수 인공림의 유출률을 늘리는 과정이 특히 필요하다. 산림청 관계자는 “연평균 유출률은 연평균 강수량에 대한 연평균 유출량의 비율(%)을 일컫는다. 유출량은 비가 내렸을 때 계류나 하천을 통해 흘러나가는 물의 양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유역 단위로 평가한다. 산림유역의 유출량이 하류 하천과 저수지, 댐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원천이 된다”고 설명했다.

◆숲가꾸기 통해 침엽수인공림 220만㏊ ‘탈바꿈’

우리나라는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의 침엽수 인공림이 상당하다. 과거 황폐화됐던 산림을 침엽수를 통해 녹화(綠化)시킨 유산이다. 덕분에 산림은 울창해졌지만, 침엽수 인공림이 가진 몇몇 단점은 숙제로 남았다. 천연림에 비해 낮은 연평균 유출률도 그 중 하나다. 천연림(활엽수림, 혼효림)의 연평균 유출률은 54~63%이나, 침엽수 인공림(전나무, 잣나무, 소나무 등)은 평균 46%에 불과하다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침엽수 인공림은 초기 임목밀도가 높고, 조림 후 임분 성장에 따라 과밀해져 빗물을 차단하는 수관차단량이 커지고 수자원손실률이 높아진다는 한계를 노출한다. 게다가 침엽수 인공림은 조림 후 임령 증가로 수자원 손실률이 연간 1% 이상씩 증가할 수 있다. 그대로 놔두면 침엽수 인공림의 연평균 유출률이 41%까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이 손꼽는 대안은 숲가꾸기다. 침엽수 인공림의 낮은 수자원 공급기능을 고효율로 바꾸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숲가꾸기가 원활히 이뤄지면 하층에 활엽수가 발생하고 표층 토양이 스펀지처럼 부드럽게 개선되며 이를 통해 빗물 차단 손실량이 38% 감소, 증산 손실량도 20% 이상 감소될 수 있다. 활엽수림은 침엽수림보다 30% 수원함양기능이 높다는 점에서 침엽수 인공림 220만 ㏊를 잘 관리할 경우 증발산량 감소분 36억 톤, 홍수유출량 감소분 21억 톤 등 57억 톤의 수자원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수자원총량 1267억 톤의 4.5%에 해당하는 수치가 순전히 숲가꾸기 만으로 생성될 수 있다는 거다.

실제로 성과도 나왔다. 산림청은 침엽수 인공림 숲가꾸기 실시 후 10년 동안 연평균 유출률이 약 18% 증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숲 가꾸기 전 41%에 불과하던 연평균 유출률은 숲가꾸기 후 59%로 크게 늘었다. 또 숲가꾸기를 통해 수질개선의 효과도 확인됐다. 침엽수 인공림 숲가꾸기로 계류수 내 질소농도가 최대 5배 저감한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장령림(Ⅳ영급) 이상 침엽수 인공림에서 숲가꾸기로 인한 수질 개선 효과가 크다. 숲가꾸기로 하층식생 발달을 유도하고 산림의 수질정화기능을 증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침엽수 인공림 숲가꾸기 전 모습(하층식생 생육없음). 산림청 제공
침엽수 인공림 숲가꾸기 전 모습(하층식생 생육없음). 산림청 제공

◆지속적 숲 가꾸기 ‘국민 공감대 필요’

숲가꾸기는 40여 년의 세월 동안 국민과 함께했다. 지난 1973년 소규모 숲가꾸기로 시작한 후, IMF 시기 공공근로 성격을 거쳐 현재의 전문적 성격으로 성장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숲가꾸기는 지난 1998년 IMF 때 실직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근로사업 성격에서 지난 2004년부터 공공근로 성격이 아닌 전문 기술적 형태가 됐다”며 “최근 우리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221조로 측정됐는데, 숲가꾸기도 산림의 가치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젖줄인 녹색댐, 그 원천이 되는 숲가꾸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산림청은 2471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한국의 숲을 더욱 가치 있게 다듬어 나가고 있다. 큰 숲으로 나가기 위한 당부도 있다. 보다 큰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산림청 등 정부의 노력 뿐만 아니라 국민의 참여와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숲가꾸기는 산림 기능 발휘 측면에서 필요하며, 이를 국민들한테 제대로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속적인 숲가꾸기를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수반돼야 한다”며 “숲가꾸기를 위해서는 산림청은 물론 지자체,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 보통 11월을 숲가꾸기 기간으로 해서 많은 홍보를 하고 있다. 숲가꾸기는 개인 돈을 들여서 하기는 어려운 만큼, 신청을 하면 관련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안내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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