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 콘텐츠 역사 왜곡 논란
역사-재미 저울질한 드라마 ‘철인왕후’
안일했던 설민석 강의 프로그램도 눈총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한 케이블방송의 역사 인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한 쪽은 역사적 사실을 잘못 확인했고 다른 한쪽은 ‘픽션’을 명목으로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고의는 아니었겠으나 결과적으로 의도치 않은 잘못을 저지른 셈인데 역사를 재밌게 다루는 시도야 좋지만 이를 풀어내는 과정에서의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역사를 소재로 한 콘텐츠는 늘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 마련이다. 우리 역사를 거슬러올라 가면 그만큼 흥미로운 소재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중들은 항상 역사 콘텐츠를 둘러싼 시비가 일면 민감해진다. 최근 역사를 주제로 다루는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갑론을박이 그렇다. 핵심은 결국 흥미에 치중된 역사 콘텐츠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에 맞춰진다.

공교롭게도 유명 역사강사 설민석 씨가 진행하는 역사 강의 프로그램과 드라마 ‘철인왕후’의 방송사는 같다. 설 씨는 방송에서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나치 독일과 아돌프 히틀러의 만행을 설명하는 과정과 이집트 편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언급하며 전문가들로부터 편치않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철인왕후는 역사를 희화화한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로 표현하고 픽션을 기반으로 함에도 실존 인물인 철종과 순원왕후·신정왕후를 등장시켜 희화화하는 등 픽션이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왜곡한다는 비난을 샀다.

전문가들은 설 씨의 지식을 전달하는 역사 예능, 드라마가 다루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냉정히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전 A 대학 사학과 교수는 “역사 전문 강사를 표방하는 설 씨의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그가 전문가라고 믿는 대중들 중 방송에서 언급되는 여러 이야기들이 과연 사실관계가 맞는 것인지 몇이나 생각해보겠나”라며 “역사 대중화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이번 문제들은 방송 등 콘텐츠에서 잘못 알려진 역사는 쉽게 고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비록 픽션이긴 하나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드라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전 B 대학의 영상학과 교수는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되 실제의 인물이 나오는 만큼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돼 구성됐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며 “매체를 통해 역사가 대중에게 선보여질 때 제작자들이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 속 허구의 경계를 얼마나,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섭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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