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시책 무색…전 국민 50.2% 밀집
충청권 4개 시·도 비중 10.7% 그쳐

[금강일보 최일 기자] ‘한국인 2명 중 1명은 수도권 거주자’라는 결코 유쾌하지 않은 명제가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대한민국의 냉혹한 현실인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했음에도 수도권은 오히려 비대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세종시로 상징되는 각종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는 5182만 9023명으로 전년도 말보다 2만 838명(0.04%) 줄었다. 정부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첫 감소로,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아지며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처음 나타났다. 지난해 출생자는 27만 5815명으로 전년보다 10.7%(3만 2882명) 감소한 반면, 사망자는 30만 7764명으로 3.1%(9269명) 증가해 출생자를 3만 1949명 웃돌았다.

또 세대수는 1인 세대(906만 3362세대, 전체의 39.2%) 급증으로 사상 최다(2309만 3108세대, 평균 세대원수 2.24명)를 기록했고, 60대 이상 인구가 전체의 4분의 1 수준(24.0%)에 달하며 고령화가 심각해졌다. 50대는 16.7%, 40대는 16.0%, 30대는 13.3%, 20대는 13.1%, 10대 이하는 16.9% 등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수도권 인구 집중이 완화되기는커녕 되레 심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966만 8465명)과 인천(294만 2828명), 경기(1342만 7014명) 등 수도권 3개 시·도 인구는 2603만 8307명으로 전국 인구의 50.2%를 점유했다. 전년(2592만 5799명, 50.0%)보다 인구수와 비중 모두 늘어난 수치다.

충청권은 대전 146만 3882명, 세종 35만 5831명, 충남 212만 1029명, 충북 160만 837명을 합쳐 554만 1579명으로 집계돼 10.7% 비중에 그쳤다.

전국 17개 시·도 중 지난해 인구가 증가한 건 경기(+18만 7348명), 세종(+1만 5256명), 제주(+3646명), 강원(+1338명), 충북(+830명) 등 5곳이고, 대전(-1만 988명), 충남(-2680명)을 비롯한 12곳의 인구는 줄었다. 서울은 6만 642명, 인천은 1만 4198명 감소했지만, 경기가 18만 7348명 불어난 것이 수도권 인구 증가를 이끌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과 경제 기반이 취약한 지역에서는 ‘지방 소멸’ 위기가 고조돼 지역별 경제 상황에 맞는 일자리 창출 시책 등 인구 유출 방지 노력이 요구된다고 행안부는 지적했다.

서승우 지방행정정책관은 “2020년은 인구 감소의 시작, 1·2인 세대의 폭발적 증가, 역대 최저 출생자 수 등으로 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준 해”라며 “정부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각 분야 정책 방향을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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