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기 충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장

[금강일보] UN 경제사회국(DESA)의 2017년 보고에 따르면, 2030년까지 최소 50% 식량 생산을 증가시켜야만 전 세계 인구가 먹고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생산량 증가 속도로는 세계적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생산 최대 가능성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농민이나 시장, 공공 및 민간 연구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방법, 즉 새로운 생명공학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
농업에서의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생명공학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RNAi 기술, 합성생물학, 유전자가위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RNAi는 식물에서 중요한 기능을 가진 단백질의 발현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로, 작물 보호를 위해 친환경적인 살충제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유전자 변형 기술과 비슷한 합성생물학은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새로운 형질을 만들 수 있어 육종을 위한 도구나, 바이오연료 및 화학제품을 위한 공급원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올해 노벨화학상의 주인공인 유전자가위 기술은 유전체에서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한 후 해당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 기술로, 인체 질병 관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종자 개발 등 농업적 응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 연구팀이 유전자 편집된 쌍둥이 여아를 만들어 국제적인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던 유전자가위 기술은 외부유전자를 도입하는 GM작물과는 다르게 식물의 내부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자연적 육종의 산물과 구별되지 않아 논란은 있으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GM작물보다 연구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효율적이면서 소비자의 인식도 비교적 좋아 상업화에 대한 부담이 적다.
2018년 3월 미국 동식물검역소(APHIS)는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개발된 작물이 식물 해충이 아니거나 식물 해충을 이용해 개발된 것이 아니라면 규제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혀 많은 이들의 주목을 집중시켰다. 농업 생명공학 회사인 칼릭스트는 유전자가위 기술로 올레인산 함량을 높인 대두를 만들고 식용유를 생산하여 상업화에 성공하였으며, 이 대두는 2019년 유전자가위 작물 중 최초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처럼 미국 등 유전자가위 기술 선도국은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이며, 상용화된 종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유전자가위 기술과 관련한 원천특허 등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종자 개발 분야의 활용은 선진국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생명공학 작물은 돌이킬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도 새로운 생명공학 기술의 활용 없이는 미래 식량 생산과 농업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생명공학 기술을 도입하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농업 분야에서 생명공학 후진국으로 전락하지 않고, 다국적 기업들의 종자에 의존하는 농업 종속국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