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대전시민대학 유머달인 강사

[금강일보] 유머는 공감이다. 유머가 물고기라면 물에 해당하는 것이 상대방의 공감이다. 공감이 있을 때 웃음이나 미소 등의 맞장구가 터지면서 유머는 완성된다. 따라서 공감에 방해가 되는 소재나 말은 유머의 금기사항이다.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이러한 금기사항이 불쑥 튀어나올 수 있다는 데 대해 조심해야 한다.

공감을 해치는 금기사항으로는 ①상대방의 신체적 약점(뚱뚱하니, 말랐으니, 귀가 얇다, 운동신경이 없다 등)을 소재로 농담하기 ②자기 자랑하기(자식이나 손자 자랑, 돈 자랑, 학력 자랑, 왕년 자랑) ③종교나 정치적 성향으로 편 가르기 ④차별하기(성 차별, 인종 차별, 출신 차별, 지위 차별 등) ⑤꼬치꼬치 물어보기(부모, 배우자, 살림살이, 건강 상태 등) ⑥상대방의 옛 허물이나 성격, 성적 등을 들먹이는 것 등이 있다.

이런 말이 들어간 유머의 좋고 나쁨에 대한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내용이 포함되면 웃자고 한 유머가 죽자고 싸우는 말이 돼 버릴 수도 있다. 어떻든 유머를 듣는 누군가가 이러한 금기사항이 포함된 말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졌다면 그 유머는 실패한 것이다. 그렇지만 유머를 한 당사자가 빨리 ‘아, 나의 유머가 잘못됐구나’라는 것을 빨리 알아차린다면 바로 ‘고·감·미 정신’, 즉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로 수습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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