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대신 카톡 선물
상인들, “명절특수 옛말”
순번 고향 방문에 집콕도

사진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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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일보 신성재 기자]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라는 긴 터널 속을 방황한지 어언 1년. 우리 일상의 많은 것이 변했다.

‘명절’ 풍속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나서 귀성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쓸쓸한 마음을 뒤로하고 카카오톡 선물로 마음을 대신하는 노부부부터 황량한 골목상권을 외로이 지키고 있는 상인들. 그리고 집합금지를 피할 각종 묘안을 찾는 귀성객들까지. 과거 밝고 떠들썩했던 설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충남 천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 모(70) 씨 부부는 벌써부터 대전에 있는 아들 내외와 손녀에게 명절 선물을 보냈다. 여전히 스마트폰 사용이 서툴지만 동네 주민의 도움을 받아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이용해 케이크와 음료 등을 주문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설 명절을 생각하니 다소 울적하지만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인 만큼 담담히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김 씨는 “벌써 1년 가까이 손녀를 보지 못하니 다소 서운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느냐”며 “당분간 고향에는 오지 말라고 아들에게 신신당부했다. 설 명절에도 전화 한 통이면 족하다”고 애써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김 씨의 사례처럼 코로나19 유행 이후 명절 선물도 온택트 트렌드가 대세다. 카카오가 지난 추석 연휴(2020년 9월 22일~10월 4일)의 선물하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50, 60대 구매 거래액은 전년 대비 각각 115%, 122%나 증가했다.

반면 설에도 불구하고 지역 골목상권은 황량하기만 하다. 상인들은 명절 특수는 고사하고 죽을 맛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전 중구 중앙시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노 모(60) 씨는 “설 특수요? 요즘 겨울이라 파리 한 마리 안 보여요”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노 씨는 “코로나19가 터진 지 1년 동안 매출도 퍽 줄고, 굶어 죽기 직전”이라며 “우리 같은 일반 상인들은 명절 특수 기대 안 한 지 오래됐다. 배달업체라면 모를까”라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에 따라 귀성객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정부의 금지 조치를 피해 고향을 방문할 수 있는 묘수를 찾기 위한 거다. 앞서 정부는 설 연휴(11∼14일) 특별방역대책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직계가족이더라도 사는 곳이 다를 경우 4인까지만 모일 수 있도록 했다. 이에 귀성객들은 순번을 돌아가며 고향에 방문하거나 집콕 혹은 관광지 방문 등의 대안 찾기에 분주하다.

경북 구미가 고향인 이 모(40‧대전 대덕구) 씨는 당일치기로 고향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씨는 “사람 도리는 해야겠고 방역수칙은 어길 수 없으니 머리를 쥐어짜 나온 대책이 당일치기 귀성”이라며 “정부가 명절 때 직계가족 간 만남에 대해선 지침을 완화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감염병 확산세가 위중한 상황인 만큼 주변에 고향 가기를 포기하고 집콕하는 사람이 많다”면서도 “설 연휴를 이용해 관광지를 가겠다는 사람들도 일부 있어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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