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로 과다 진료비 차단" vs "강행시 수술 거부"

"환자 봄모로 힘 겨루기" 비난

“도대체 포괄수가제가 뭔데 수술까지 거부하는지 당최 모르겠네. 환자들이 무슨 봉입니까?”

13일 대전의 한 안과의원을 찾은 60대 남성 환자 김 모 씨는 포괄수가제를 둘러싼 보건당국와 의료계의 첨예한 갈등으로 엄한 환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 현실을 개탄했다.

김 씨와 같은 환자들의 불만 표출은 포괄수가제 의무 적용일이 임박하면서 일선 의사들이 ‘집단 수술 거부’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며 거세게 반발, 자칫 ‘의료 대란’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괄수가제는 전국 어느 병·의원에 가더라도 사전에 책정된 동일 진료비를 부담토록 하는 일종의 ‘입원비 정찰제’로 백내장과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자궁수술, 제왕절개 분만 등 7개 질병군을 대상으로 한다.

1997년 시범도입된 후 2002년부터 선택 적용토록 해 현재 3282개 진료 기관 중 71.5%가 이를 시행하고 있으며 내달부터 전국 병·의원에 의무 적용되고, 2013년부터는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실시된다.

보건복지부는 포괄수가제에 대해 “불필요하고 과다한 진료 행위와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입장이나 의료계는 “진료권에 대한 침해로 환자들에게 질 좋은 의료 서비스의 제공을 제한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10일 대한안과의사회가 내달 1일부터 일주일간 백내장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이어 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도 이에 동참해 포괄수가제 적용 질환 중 일부 수술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환자를 볼모로 한 실력 행사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 포괄수가제를 예정대로 강행키로 해 양자간 극한 갈등이 우려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진료 거부가 현실화될 경우 진료 공백이나 환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며 “의사협회의 부당한 행위는 과거 의약분업 때처럼 독점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하고, 진료 거부를 하는 개별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형사고발과 면허정지 조취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포괄수가제는 합리적인 의료비 지출과 의료의 질적 수준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료계에서 수가 불만 등이 있지만 지금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의협 측은 “포괄수가제로 치료의 질이 하락함은 명약관화하고, 제도 미비로 인한 희생자가 생길 경우 그 책임은 복지부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국민의 생명은 어떤 거래나 희생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제도 폐기를 주장했다.

아울러 “복지부가 포괄수가제를 강행할 경우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행동도 불사할 것”이라며 “어떤 질병군의 수술을 중단할지 아직 협의 중에 있고, 맹장 수술과 제왕절개 분만 등 응급 진료는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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