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강행 관련 대국민 설문 제안
복지부 "일일이 대응할 가치 없다" 일축
<속보>=내달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인들 간의 갈등이 점차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강행 입장을 굽히지 않고,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을 상대로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어 양자간 협상의 여지가 멀어지고 있는 것. <본보 6월 14일자 6면, 18일자 5면 보도>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 이하 의협)는 18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포괄수가제는 대부분 공공의료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서구 국가와 달리 대다수 민간의료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엔 적합하지 않은 제도”라며 “전체 질환으로 확대될 경우 막대한 국민 건강상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특히 노인들의 극심한 피해가 예상돼 이 제도의 강제 도입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의협은 “정부는 포괄수가제 도입에 따른 위험성을 국민에게 진실되게 알리고 국민적 합의를 따라야 한다”며 “정부는 일방적 강제 시행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이 경제적 진료를 원하는지, 최선의 진료를 원하는지 대국민 설문조사를 공동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한 고위공직자가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10만 의사를 대표하는 의협 집행부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부의 오만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어느 나라 공무원이 민간단체장의 사퇴를 공공연히 요구하는가. 이것이 복지부의 공식 입장이라면 장관은 즉시 의협에 공식 사과해야 할 것이고, 개인 입장이라면 해당 공무원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전문가단체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묵살하는 국가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일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의료제도의 변화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매우 중대한 결정이다. 의료의 비전문가들이 졸속으로 준비해 만든 제도에 의해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희생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의사들은 신념과 양심을 걸고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아울러 “포괄수가제의 도입과 관련해 수술 ‘연기’ 등 의사들의 단체 행동은 오직 국민의 뜻을 따라 결행될 것이고, 긴급·응급수술은 예외가 돼 단 한 사람의 생명도 위험에 처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 측은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의협의 기자회견 내용을 일축했고, 공동 설문조사 제안도 사실상 거부, 불과 열흘 앞으로 닥친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과 관련 국민 건강과 생명을 불모로 한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