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선고 1심 뒤집은 항소심 재판부
법원 “가장 고통받을 사람은 엄마”
변호사 “결과만으로 비난은 부적절”

[금강일보 유상영 기자] 영아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20대 남녀에 대한 법원 항소심 재판 결과를 두고 시끌벅적하다.

중형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데 따른 것인데 항소심 재판부는 “가장 고통받을 사람은 엄마”라며 감형했다. 문제는 판결문에 명시된 범죄 행각만 놓고 보면 국민적 법감정과 배치돼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변기 속에 아이를 낳고 방치해 숨지게 한 데다 영아의 사체를 불태우려 한 것이 이들의 혐의이기 때문이다.

대전지법 제1형사부는 지난 24일 영아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27·여) 씨와 B(22) 씨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각각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및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20시간의 사회봉사 및 A 씨에게는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노무제공 금지 5년을 명령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5년, B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출산 직후 A 씨는 울음소리를 들었는데도 그대로 둬 피해자를 호흡곤란에 의한 저산소증과 저체온증으로 숨지게 했다”며 “임신 23주 신생아 생존율은 39.6%로, 즉각적으로 조처했다면 (아이는) 살았을 수 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A 씨는 분만 직후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수치심과 가족 등으로부터 받게 될 비난에 대한 두려움으로 범행했다. 범행 경위에 고려할 만한 사정이 엿보인다”며 “재판중에 32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재판 결과를 두고 관전 여론은 격앙됐다.

‘신생아 살해 장려하는 판결’, ‘아기가 죽었다고 심적고통 받을 사람이었다면 죽이지 못했다’, ‘가장 슬픈사람이 애엄마라고요?’라는 식이다.

법조계에서는 결과만으로 비난은 부적절하다며 우려를 표명한다. 임성문 대전지방변호사회장은 “출산 직후 우울증으로 베개로 아이를 질식사 시킨 사건, 동반 자살을 위해 농약을 탄 우유를 먹여 아이를 살해한 사건 등에서도 무죄 판결이 났다”며 “살인은 무조건 벌을 받아야 한다라는 것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부분들을 참작해 형을 정했을 것이고, 무조건 엄한 벌을 내리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결과만 놓고 비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A 씨는 2018년 12월 경 스마트폰 앱을 통해 연인 관계가 된 B 씨와 성관계 후 2019년 3월 경 병원에서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불법 사이트에서 산 낙태약을 일주일간 복용하고 임신 약 23주째인 5월 25일 집 화장실 변기에 앉아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A 씨는 아이를 변기 속 찬물에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했고, B 씨와 만나 경기 가평에 있는 B 씨 집 인근에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아이의 시체를 불태우려 하기도 했다.

유상영 기자 you@gg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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