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중국학과 교수

[금강일보] 시의 남쪽 외곽에는 부자묘(夫子廟)가 있다. 공자(孔子, BC 551-BC 479)를 모시는 사당이었는데, 이 인근에 학생을 가르치던 서원과 과거 시험장인 공원(貢院)이 생기면서 일대 번화가가 됐다. 현재는 중국 전통 물건을 파는 곳이 많아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온다. 부자묘 앞에는 진회하(秦淮河)가 흘러 운치를 더한다. 진회하는 양자강의 지류로 남경 남쪽을 관통하는데, 그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진시황제(秦始皇帝, BC 259-BC 210)와 관련이 있다. 진시황제가 전국시찰 중, 남경에 이르러 이곳에 용맥이 흘러 새로운 제왕이 나올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 기운을 없애기 위해 판 것이 바로 진회하라는 것이다.

시내의 서쪽에서는 손권의 동오 시대 천혜의 요새로 활약했던 석두성(石頭城)을 볼 수 있다. 211년, 손권이 당시 이곳에 천도하며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높은 바위 절벽과 길게 늘어선 물줄기가 천연의 장애물이 되어 적군의 침략을 막아줬을 것이다. 실제로 삼국시대 제갈량(諸葛亮, 181-234)이 사신으로 이곳에 왔을 때 남경의 험준한 지세를 보며 ‘호거용반(虎踞龍盤,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고, 용이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이라 감탄하였다 한다. 여기에서 조금 더 서쪽으로 가면 가슴 아픈 역사가 살아있는 남경대학살기념관이 나온다. 입구에서부터 당시의 참상을 나타내는 동상들이 서있으며, 안에는 학살 관련 각종 자료, 그리고 일본군이 학살한 중국인을 아무렇게나 매장한 만인동(萬人洞)이 있다. 100명의 목을 누가 빨리 베는지 경쟁하는 일본 장교의 사진, 그리고 어린아이의 두개골이 개머리판으로 함몰되어 있는 유골을 보면 비통함이 느껴진다. 30만 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의 중국인을 학살하였지만, 지금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사실 이 기념관을 지은 계기도 일본이 교과서에 중국 ‘침략’을 교활하게 ‘진입’으로 수정하자, 이에 분노하여 설립했다고 한다. 입구에 크게 붙여진 ‘이사위감(以史爲鑑, 역사를 거울로 삼다)’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비록 현재 우리는 중국과 많은 갈등을 겪고 있지만, 일본의 만행에 관해서는 똘똘 뭉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도시 중 가장 많은 지명은 아마 중산로(中山路)일 것이다. 국부인 손문의 호 ‘중산’을 딴 것인데, 중국 각 도시의 수많은 중산로 중 남경의 중산로가 진짜이다. 왜냐하면 남경 중산로의 종착역이 바로 손문의 능묘인 중산릉이기 때문이다. 남경의 간선도로인 중산로를 따라 북동쪽으로 끝까지 가면 자금산(紫金山) 자락에 있는 중산릉이 보인다. 해마다 무수한 중국인들이 찾아와 그를 기리고 있으며, 심지어 대만의 국민당 영수들도 간혹 손문을 배알하기 위해 찾아오곤 한다. 자금산에는 손문 외에도 명태조 홍무제 주원장(朱元璋, 1328-1398)과 손권의 능묘도 있다. 홍무제는 명을 건국하며 남경에 도읍을 두고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능묘인 명효릉(明孝陵)은 지금이 가장 방문하기 좋은 때다. 지금 명효릉에 가면 오색찬란한 매화가 온 산을 뒤덮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명효릉 내에는 손권의 능묘도 있으니 꼭 둘러보도록. 보통 능에 참배하러 가는 직선 길을 신도(神道)라고 하는데, 명효릉은 신도가 휘어있다. 그것은 바로 선배 황제인 손권의 능묘가 있기 때문에 후배로서 존경의 의미를 담아 비켜간 것이라고 한다.

매번 역사적으로 워낙 유명한 도시를 소개하다보니 지면에 다 남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나 남경은 필자의 ‘제2의 고향’으로 10년의 추억이 어린 곳이다. 학위 논문 작성 시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자전거를 타고 양자강변으로 가서, 고요하지만 쉬지 않고 흘러가는 양자강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외에도 육조시대의 다양한 유적들을 볼 수 있으며, 우화석(雨花石)으로 유명한 우화대(雨花臺), 송대 변법가 왕안석(王安石, 1021-1086) 고택, 불교 유적으로 유명한 우수산(牛首山), 콜럼버스보다 훨씬 큰 규모로 훨씬 일찍 대항해를 떠났던 정화(鄭和, 1371?-1433?) 기념관, 영락제가 생모를 기리며 세운 대보은사(大報恩寺) 유리보탑(琉璃寶塔), 그리고 유유히 흘러가는 양자강을 감상할 수 있는 망강루(望江樓)... 남경은 10개 왕조의 수도로서 영광과 함께 창상을 가지고 있는 남방의 고도로, 앞서 살펴본 서안·북경과는 또 다른 중국 남방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순천향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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