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겸 연극배우

[금강일보]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차 만에 폐지되면서 떠들썩하다.
이 드라마에서는 조선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중국식 의복과 중국식 음식인 월병과 피단, 소품, 중국풍 악기 OST 등이 나왔다.
충녕대군(세종)을 뿌리 자체가 방탕하며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무력한 왕으로, 태종을 아주 폭력적이고 광폭한 왕으로 표현했고 고려의 충신 최영을 비하하는 모습도 방영했다.
결국 시청자들의 강한 항의가 이어졌고 드라마는 방송 폐지에 이르렀다. 문제는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이라고 두둔하기에는 역사적 실존인물과 역사에 대한 폄하와 왜곡이 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중국이 고구려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려고 동북공정에 열을 내고 있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동북공정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흡수하려는 중화 패권주의적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젠 아예 대놓고 남의 문화를 도둑질하려고 한다.
중국은 김치, 한복, 갓, 판소리, 농악 등도 자신의 문화라고 우기고 있다. 심지어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는 우리나라 저항시인인 윤동주를 중국의 민족시인으로 표기하고 있다. “거짓말도 100번 말하면 결국 대중은 그것을 진실로 믿는다”라는 말이 있다. 히틀러의 오른팔이었던 나치 독일의 정치가 괴벨스가 대중을 선동할 때 자주 쓰던 방법이다. 반복된 정보를 들으면 들을수록 사람들은 진실로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인간심리학을 연구하는 리사 파지오 교수팀 연구에서도 확실히 드러난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유명 인플루언서나 유튜버, 방송매체 등을 이용해 한국의 한복이나 김치, 갓, 농악 등 한국의 고유 문화를 자신들의 것인양 세계에 반복적으로 알리고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의 문화를 중국 것으로 속이려는 ‘문화 동북공정’의 의도다.
중국의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는 김치를 중국의 전통요리로 소개하고 있고, 한복은 그들의 전통 옷 한푸에서 나온 의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드라마 ‘킹덤’의 조선시대 ‘갓’에 대해 세계 시청자들이 열광하자 중국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우리나라의 갓을 쓰고 등장하기도 했다. 웃어 넘기기에는 중국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
현재 중국의 자본력에 잠식당하는 우리나라 드라마, 채널 등이 여럿 생기고 있다. 세계인들이 보는 한류 스타가 나오는 드라마에 맥락없이 중국산 비빔밥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든가, 편의점에서 여고생들이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심지어 ‘조선왕조실록’을 찌라시로 희화화하거나 위대한 역사인물을 폄훼하고 왜곡해 표현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힘은 막강하다. 거기에 맞설 수 있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구마사가 폐지된 이유도 역사왜곡에 대한 시청자들의 강한 반감이 항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방송사 항의에 그친 게 아니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이슈화하고 드라마를 후원하거나 광고를 낸 기업리스트를 만들어 기업들을 압박했다.
결국 각 기업들은 광고철회, 드라마제작 지원을 했던 기업은 계약해지를 했다. “어차피 우리문화인데 중국이 그렇게 난리친다고 우리 것이 어디가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언젠가 우리 문화와 역사는 부지불식간 남의 나라 것으로 편입될 수 있다.
중국이 한국문화를 자신의 것이라고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와중에 조금이라도 빌미를 제공해줘선 안된다.
역사의식과 비판적 시각을 갖고 행동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조선구마사 폐지는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