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대전 중구청장

[금강일보] 남녘의 동백꽃을 시작으로 매화에 이어 봄꽃의 대명사인 벚꽃까지 만개해 봄은 절정에 이르렀다. 봄을 한자로 춘(春)이라고 표현하는데 만물이 생장하는 시기를 뜻하며 청춘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봄을 ‘SPRING’으로 표현하는데 그 어원을 보면 뛰어오름과 물이 솟아나는 샘을 의미한다. 나무에 물기가 올라 새싹을 틔운다는 뜻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중국 당나라 때 문인 동방규는 한나라 때 고사를 바탕으로 지은 ‘소군원’이란 시에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명문장을 남겼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뜻으로 직역되는 이 말은 당시 강제로 흉노족 왕에게 시집을 가게 된 궁녀 왕소군의 슬픈 운명을 잘 표현해 그 후로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봄에도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그야말로 우리의 상황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 만발해도 우리는 마음 놓고 즐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잡힐 듯하던 코로나 감염 확산은 봄을 맞아 4차 대유행으로 번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외국의 경우를 보면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과관계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백신 접종 소식에 국민의 방역 의식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런 외국 사례를 보면 인구집단 전체의 접종률이 10%를 넘기 전까지는 확진자의 감소 추세가 뚜렷하지 않다. 최소한 백신 1차 접종 후에도 몇 주가 지나야 면역이 형성되므로 접종률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더라도 즉각적으로 유행이 감소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고 코로나 감염 사태가 종식된 것은 아니다. 백신 접종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시작 단계일 뿐이다.
봄이 되면 겨우내 닫아 놓았던 문을 열어야 한다. 문을 열면 신선한 공기와 더불어 잡다한 먼지도 들어오지만 그래도 열어야만 한다. 여는 김에 마음의 문도 열어야 한다. 그 문을 열면 듣고 싶은 말과 더불어 듣고 싶지 않은 말도 듣게 되지만 그래도 열어야만 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상처와 고통을 겪지 않으면서 성장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겨울이 오면 문을 닫듯이 봄이 왔으니 문을 여는 것이다.
아무리 고단하고 힘들어서 못 일어날 것 같다가도 잠시 쉬고 나서 다시 움직이면 새 힘을 얻는 것처럼 겨울 뒤에 오는 봄은 깨어남, 일어섬, 움직임의 계절이다. ‘잠에서 깨어나세요’, ‘일어나 움직이세요’라고 봄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소녀처럼 살짝 다가와서 겨울잠 속에 안주하려는 나를 흔들어 댄다. - 이해인의 꽃삽 중에서 -
이 시처럼 봄은 깨어남, 일어섬, 움직임의 계절이고 열림의 계절이다. 아마도 새로운 문을 열기 위해 깨어나고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다. 지난 2월 말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15일부터는 중구 한밭체육관에 마련된 접종센터에서도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어떤 접종이든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따르기 마련이다. 백신 접종에 대한 부작용보다 접종으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크다고 하니 이제 그만 그에 대한 논쟁은 접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국민 모두가 함께 접종에 임해 하루빨리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집단면역이 생기기 전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고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를 종식시키고 꽃의 정취를 마음껏 누리는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날을 기다려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