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금강일보] 지금은 단일국가이지만, 오랫동안 300개 이상의 부족이 1만 8000여 개의 섬에서 살아온 인도네시아는 각 지방과 섬마다 종족, 언어, 문화가 매우 달랐다. 1970년대 초 당시 수하르토 대통령의 부인 이부 틴 수하르토(Ibu Tien Seoharto) 여사가 이런 인도네시아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타만 미니 인도네시아 인디(Taman Mini Indonesia Indah: 약칭하여 ‘타만 미니’라 하고, 영문자로는 TMII이라 한다)를 건설하게 되었다.
1975년 자카르타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약 20㎞에 떨어진 곳에 개장한 ‘타만 미니’는 인도네시아 30개 주와 3개 직할시의 민속 문화와 유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로서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관광코스가 되었다. 흔히 ‘타만 미니’라는 단어에 속아서 작은 공원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165㏊(약 50만 평)가 넘는 부지에 17개 박물관과 33개 건축물과 공원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는 거대한 공간이다. 특히 호수는 인도네시아를 구성하는 수마트라, 자바, 칼리만탄(보르네오). 술라웨시 등 4개의 큰 섬을 인도네시아 지도처럼 배치한 것은 매우 탁월한 발상이었다.
사실 오랫동안 단일국가인 우리는 전국 어느 지방을 가봐도 문화적 이질감이 거의 없지만, 다양한 부족과 신앙, 문화가 다른 인도네시아에서 타만 미니는 매우 의미 있는 공간이다. 특히 동남아 제일의 관광대국 태국이 문화유적을 한눈에 보여준다고 ‘미니 샴(MINI SIAM)’을 만들고, 또 중국이 15억 인구의 90% 이상인 한족 이외의 55개 소수민족의 문화를 보여준다며 북경 올림픽 경기장 부근에 소수민족 박물관을 만들었지만, 이런 조잡한 모습들을 생각하면 매우 실속있게 만든 공간이라고 생각된다.
타만 미니는 국유이지만 민간단체 야야산 하라판 키타(Yayasan Harapan Kita)가 운영하고 있는데, 정부 보조 없이 자체 수익으로 경비를 조달한다고 했다. 따라서 전체 시설 중 70% 정도는 인도네시아 역사문화와 관련된 본래 목적 사업으로 이용하고, 30%가량은 각종 놀이기구와 케이블카, 민속공연장 시설이 있는 등 문화관광과 위락시설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마디로 타만 미니는 세계 최대의 종합테마파크인데, 타만 미니의 입장료는 2만 루피(원화 1600원 정도)이다. 그렇지만, 각각의 박물관과 놀이시설을 이용하려면 서울대공원이나 에버랜드처럼 자유이용권이나 별도 입장권을 사야 한다. 또, 넓은 호수를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길을 만들고 그 사이사이에 유적들을 배치하여 이들 시설을 걸어서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해서 증기기관차, 마차, 보트 등도 있다. 하지만,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빌려서 다니는 것이 좋고, 태국의 쏭테우, 인도의 툭툭과 비슷한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관람해도 좋다. 하지만, 우리는 현지인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SUV 차를 타고 들어갔어도 안내 지도의 내용이 너무 허술해서 현지인 운전기사도 몇 번이나 돌아다녀야 할 정도였다. 공교롭게 쏟아지는 소나기 때문에 제대로 구경도 하지 못하고, 차창을 열고 사진만 찍는 상황도 겪었다.
타만 미니의 맨 앞에는 17개 박물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박물관'은 인도네시아를 구성하는 여러 민족의 문화, 그중에서도 무형유산을 집대성해 놓아서 타만 미니의 필수 코스라고 할 정도의 관람 코스다. 더러 자카르타 시내에 있는 국립박물관의 전시물과 겹치는 점도 있지만, 다른 지방의 박물관의 유물이나 유적들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방이 바다인 섬에서 살아온 인도네시아인들은 거친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생활하면서 수많은 재난을 겪었기에 부족마다 독특한 민속신앙이 많고, 특히 바닷길을 통하여 인도에서 유입된 이슬람과 힌두교, 그리고 불교 신앙이 뒤섞여서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수마트라와 자바섬, 칼리만탄 지역은 이슬람이, 발리섬은 특히 힌두 신앙이 발달했지만, 주민들은 고유의 민간신앙과 불교문화, 이슬람문화와 힌두문화가 혼합의 일상생활에서도 진통신앙인 주술사의 주술(呪術)을 통한 점(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종교에 관하여는 2021. 4. 7. 인도네시아 개요 참조)
오늘날 이슬람교도가 80% 이상이라고 하는데, 이방인의 눈으로 볼 때 이슬람문화는 비교적 단조롭고 안정적인 데 반하여 힌두 사원은 전반적으로 약간 붉은빛이 많다. 특히 세계적인 휴양지로 알려진 발리섬은 힌두교 신앙이 발달했는데, 힌두 사원 뿌라(Pura) 입구 양편에는 켄디 벤타르(Candi bentar)라고 하는 첨탑 모양의 대문이 있다. 켄디 벤타르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쳐들어온 왜군장수의 투구와 비슷하고, 양편에는 우리의 해태상과 비슷한 조형물이 있다. 오른편은 여신 둘가(Dulga), 왼편은 남자 신 시바(Siva) 신이다. 시바 신은 인도교의 3대 주신 중 하나로서 세 개의 눈이 있어서 과거,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하며, 뱀을 목에 두르고 있다. 뿌라에 들어갈 때는 반소매나 반바지 등 노출 복장을 금지한다. 켄디 벤타르 안으로 들어서면 코리 아궁(Kori Agung)이라고 하는 대문이 있다. 힌두교에서는 머리에 손을 대거나 왼손은 부정하다고 하여 왼손으로 악수하거나 물건을 주고받는 것을 금지한다. 힌두교를 숭상하는 가정에서는 가장 안쪽에 가족 사당인 상가(Sanggah)를 설치하여 조상을 추모한다.
한편, 인도네시아에서는 섬유 염색 기법의 하나로서 왁스에 저항성을 가진 염료의 성질을 이용하여 섬유 전체나 일부에 염색하는 기법인 바틱(Batik)이 독특한데, 자바어 암바틱(Ambatik)에서 유래된 바틱의 '틱'은 '조금', '국소 지역' 혹은 '방울'을 의미한다. 바틱은 천에 찹(Tjap)이라는 도장과 같은 도구로 천에 찍거나 점 혹은 선 모양으로 왁스를 칠한 뒤에 나머지 부분을 염색한 뒤에 따뜻한 물로 왁스를 벗겨내는 기법 등 다양한데, 바틱 공법은 2009년 10월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또, 인도 문화의 영향으로 전수된 말레이 단도라고 하는 크리스(Creese) 공예품도 볼 만하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