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대전시민대학 유머달인 강사

[금강일보] 며느리가 일이 있다고 손자를 봐달라고 연락했다. 홍길동은 손자와 함께 놀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 나름의 손자병법(손주병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비법은 ‘①손자와 눈을 맞춘다. ②손자 하는 대로 그냥 따라한다. 물론 뭔가를 하자고 하면 하자는 대로 한다. ③이렇게 하며 같이 웃으며 논다’이다. 아이를 봐주는 게 아니라 함께 놀 생각을 하니 즐거운 것이다.
사실 네 살 된 손자는 말을 아직 모른다. 몸놀림도 어리다. 그런 만큼 글이나 생각에 갇혀 있지 않아 자유롭다. 그래서 온 세상이 그의 놀이터다. 어떻게 보면 할아버지도 손자의 장난감이다. 어떻든 손자는 재미만 보고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며 좌충우돌한다. 물론 홍길동도 같이 뛰고 같이 기어 다니며 같이 소리를 지른다. 그러다가 둘이 서로를 쳐다보며 웃는다. 그러니 집안 물건이 멀쩡하게 제자리에 있을 리 없다. 탁자 위 물컵이 나뒹굴며 물도 쏟아진다. 그러면 아이의 눈이 동그래진다. 아이는 왜 물컵이 바닥에 떨어지는지, 물이 쏟아지는지 알지 못 한다. 이때 홍길동은 손자를 바라보면서 “물이 바닥을 좋아하구나. 바닥으로 내려왔네”라고 말했다. 아이가 알아먹는지 몰라도 그를 바라보며 웃는다. 그리고 함께 물을 닦고 컵을 제자리로 되돌려놓는다.
어떤 사람은 홍길동을 보고 아이와 똑같이 철이 없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른이 철이 없어야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와는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것이 손자병법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할아버지한테 무거운 철을 들라고 하면 허리가 부러질 수도 있지 않은가? 철이 없어야 철이 드는 법. 아이의 눈엔 보이는 모든 게 새롭고 신기하다. 아이에게 세상이 재미로 가득차 있음을 알게 하려면 함께 철없이 놀아야 한다.
